유승민의 손학규 저격, "무슨 근거로 '한국당 가려고 한다'고 하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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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재보선 직후 불거진 보수통합론에 대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9일 “변한 게 없는 한국당과 덩치만 키우는 통합은 국민에게 외면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학관에서 열린 사회복지대학원 명사 초청 특강에서 '나누면서 커간다 : 성장과 복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학관에서 열린 사회복지대학원 명사 초청 특강에서 '나누면서 커간다 : 성장과 복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유 의원은 이날 오후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열린 ‘나누면서 커간다: 성장과 복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했던 보수정치로 돌아가자? 저는 그런 정치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헌법에서 외눈박이처럼 시장경제와 자유만 쏙 뽑아보는 그런 보수로는 새로운 시대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은 강연 뒤 “자유한국당과 덩치를 키우는 통합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유 의원의 이날 발언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한국당발(發) 보수통합론에 선을 그은 것으로 읽힌다. 4·3 재보선 경남 창원 성산에서 정의당에504표 차로 패하자, 이튿날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헌법 가치를 같이 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통합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황 대표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한국당은 제 눈엔 변화 의지가 없고 변한 게 없다"며 "새로운 보수는 헌법 가치 중 자유와 시장경제뿐 아니라 정의‧공정‧자유‧평등‧인권 등을 폭넓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유 의원은 4·3 재보선 참패 책임론을 두고 심화하는 당내 갈등에 대해선 “오늘은 당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손학규 대표가 “저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의 의도가 뭔지 잘 알고 있다. 한국당과 통합하겠다는 이야기는 용인 못 한다”고 한 데 대해선 “저를 포함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한국당에 간다는 이야기를 한 걸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최고위원도 이날 오후 당 싱크탱크인 바른미래연구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새로운 보수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에 대해 '내부 총질한다', '한국당 가려고 한다'고 말하는 분들에 대해 징계요청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 의원은 "정치적 남은 도전이라고는 (대권)하나밖에 안 남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권력을 잡아야 국가개혁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유 의원은 "우리 국민은 5년마다 선거를 하면서 현명해지고 있다"며 "똑똑한 국민에게 계속 (개혁방안을) 설명해나가면 (유승민도) 집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를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를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유 의원의 침묵에도 당의 내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은) 한 지붕 두 가족 엉거주춤한 상태로 봉합해 나갈 수 있겠느냐"며 "정체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손 대표가 결단을 내려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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