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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트럼프 만나는 날, 김정은 국가원수 등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11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포스트 하노이’ 구상을 드러낸다. 북한 내부적으론 절대 집권 체제를 다지면서, 대외적으론 ‘새로운 길’과 ‘경제 발전’ 사이에서 메시지를 내놓을 전망이다. 최고인민회의 발표 내용에 따라선 한·미 정상회담을 향한 김 위원장의 선공이 될 수도 있다.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 시간으로 11일 밤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개최 #김정은 위상 조정 가능성 커 #핵·미사일 새 원칙 낼지 주목 #북·미협상 주도 김영철 거취 관심

◆김정은, 국가원수 등극하나=최고인민회의는 한국의 정기 국회 격이다. 북한 헌법에 따르면 국무위원장의 임기는 최고인민회의 임기와 같다(101조). 따라서 김 위원장의 임기는 11일부터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이를 놓고 이번엔 김 위원장이 공식적인 ‘국가 원수’로 등극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개업을 앞둔 평양 대성백화점을 현지 지도하며 큰 만족을 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삼지연군, 6일에는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하는 등 경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개업을 앞둔 평양 대성백화점을 현지 지도하며 큰 만족을 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삼지연군, 6일에는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하는 등 경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에서 국무위원장은 국가의 최고영도자(100조)지만, 외교적으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김영남)이 국가를 대표한다(117조). 그래서 통상 국가 수반이 맡는 외국 대사의 신임장 제정을 김영남이 한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 도입한 시스템으로, 김 위원장이 북한을 통치하지만 형식적으로 김영남에게 대외 수반 역할을 맡기는 방식이었다. 이번엔 이런 형식적 수반 체제를 바꿔 고령인 김영남(91)의 권한을 줄이고 ‘김정은 원톱’ 체제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수정해 김 위원장을 실질적인 국가 원수로 명기할 가능성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이미 “북한이 김일성 시대의 주석제를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새로운 길’ 꺼내면 대미 벼랑 끝=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영변 핵단지 폐기 대 제재 해제라는 자신의 패를 내보였다. 또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거나 “민생 부분의 5개 분야 제재 해제”를 요구해 사실상 아픈 구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 김 위원장이 미국의 ‘빅딜’ 수용 요구에 반발해 핵·미사일 재개발을 뜻하는 ‘새로운 길’을 내걸지, 대미 협상 줄다리기에 나설지를 알릴 수 있는 자리가 최고인민회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앞서 5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에서 핵 포기를 밝혀주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이를 그대로 받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단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북한이 즉각 반발하는 긴장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당장 협상의 틀을 벗어나기보다는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제재 해제 요구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영철 살아남았나=최고인민회의에선 북한 고위직의 거취도 노출된다. 북·미 하노이 회담의 주역인 김영철 국무위 부위원장이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단서가 11일 나올 수 있다. 대북 소식통은 “김영철이 자아비판을 하고 하노이 회담 결렬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했지만 김 위원장이 (처벌 지시 없이) 그냥 넘겼다”고 전했다. 김영철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다시 뽑힌 것도 일단은 위기를 넘긴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영철 책임 문제가 마무리된 게 아니라는 식의 정반대 첩보도 흘러나오고 있다. 11일 김영철이 멀쩡하게 등장하는지가 신변 이상설을 가늠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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