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장관 책임론 차단? '구겨진 태극기' 보직해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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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지난주 한ㆍ스페인 차관급 회담장에 주름진 태극기를 노출한 책임을 물어 담당 과장을 보직 해임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외교부는 7일 담당 과장에 대해 8일자로 본부 근무를 명령하는 인사 조치를 내부 웹 사이트를 통해 공지했다. 보직에서 해임하는 사실상의 문책성 인사 조치다. 6~7일이 주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건(4일)이 있은 지 만 하루 만에 결정이 내려졌다. 감사 절차 없이 곧바로 인사 조치가 단행됐다는 점에서 “강경화 장관의 직접 지시가 없고서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감사실 관계자도 “사건 경위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고 있지만 인사 관련 사항은 감사실 소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4일 외교부에서 진행된 한-스페인 전략대화 회담장에 놓인 태극기. [연합뉴스]

4일 외교부에서 진행된 한-스페인 전략대화 회담장에 놓인 태극기. [연합뉴스]

의전 실수와 관련해 당국자의 보직을 해임하는 사례는 강 장관 임기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제1차 한·스페인 전략대화 회담장에서 직사각형 모양의 주름 여러 개가 생긴 태극기가 놓여진 것이 포착됐다. '구겨진 태극기 논란'에 대변인실은 “태극기를 세탁한 후 접어서 보관하다보니 주름이 생겼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계속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신인섭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신인섭 기자

그럼에도 주의ㆍ서면경고 없이 곧바로 보직 해임을 한 것은 앞선 사례와 형평성에서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북한의 김정남(2017년 암살) 사망 사건과 관련한 비화를 언론에 설명했던 김도현 베트남 대사도 한 차례 서면 경고를 받았다. 발틱 3국을 ‘발칸 국가’라고 표기하는 실수를 저질렀던 외교부 담당자도 일단은 감사 절차를 밟고 있으며 곧바로 인사 조치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외교부 일선 직원들은 “할 말이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감사를 통해 징계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인사 조치는 너무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잇따른 기강 해이에 외교부 바깥에서 '장관 책임론'이 불거지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실무 직원에 대한 인사를 서둘러 단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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