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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이들, 재수 없어” 상사의 ‘힘희롱’도 해임 사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찌질이 둘이 앉아 있네.”

“또라이 저거” 막말 일삼던 부장 #해임되자 취소 소송 냈지만 기각 #법원 “인격적 비하 괴롭힘 심각”

“또라이 저거 재수 없어. 퉤퉤”

지난 2016년~2017년 사이 근로복지공단 직원들이 직장 상사인 A부장으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직원들은 그의 ‘힘희롱(직위를 이용한 괴롭힘)’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사내 감사를 통해 드러난 A부장에 대한 불만은 다양했다.

한 남자 대리는 동료와 앉아있다가 “쯧쯧~ 저 찌질이” “내가 다 죽여버릴 거야” 등의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한 직원에겐 “얼굴이 안 보이게 하고 부장 욕을 하라”며 모니터를 강제로 올려서 근무하게끔 했고, 다른 직원에겐 “또라이” “재수없어” 등의 말을 퍼부었다.

그가 여직원들 앞에서 성희롱을 했다는 제보도 나왔다. 부서 회식 자리에서 “매번 먹는 삼겹살 말고 질적으로 좋은 것을 먹자”는 말이 나오자, A부장이 여성의 신체 부위를 암시하며 “질적으로 좋은 거요? 그거 성희롱입니다. 하하하”라며 맞받았다는 일화가 나왔다. 회식에서 신입 직원에게 소주 3잔을 마시게 한 뒤 러브샷을 요구하기도 했다.

자신에 대해 감사가 시작되자 직원들에게 진술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구하거나, 이유 없이 돌아가며 직원들을 괴롭혀 조직 내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공단은 이같은 문제 제기를 토대로 2017년 5월 A 부장을 해임했다. A부장은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그러자 그는 법원에 중노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A부장은 회사가 증거도 없이 직원들의 왜곡된 진술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설령 직원들에게 일부 그런 말을 했어도 이는 혼잣말이거나 정당한 지적이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도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박성규)는 A부장이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9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주로 직급이 낮은 신입이나 여직원,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을 상대로 괴롭힘 행위를 해 그 비위 정도가 중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령 직원들의 업무태도를 지적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잘못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태도를 설명한 게 아니라 인격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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