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교장 공모제 투표지 조작…도교육청 “개선 방안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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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구리시의 현직 초등교사가 교장 공모제 투표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은 수사와 상관없이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교장 공모제 도입 찬반 투표에서 #투표지 18장 위조한 혐의로 기소 #경기도교육청 “전교조 밀어주기 아냐”

경기 남양주경찰서는 공문서위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백모(49) 교사를 기소의견으로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백 교사는 지난해 11월 구리시의 혁신학교인 A초등학교에서 열린 교장 공모제 도입 찬반 투표에서 투표지 18장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투표지에는 모두 찬성 표시가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서 찬성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학부모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교육청 감사 결과 백 교사는 컬러프린터로 투표용지 18장을 복사해 ‘내부형 교장 공모 찬성’에 표시한 뒤 투표함에 넣은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청은 백 교사를 비롯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교장, 교감, 백 교사 등 5명에 대한 중징계를 교육청 인사위에 요구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기도교육청 전경. [뉴스1]

경기도교육청 전경. [뉴스1]

백 교사는 경찰에서 범행은 시인했지만, 구체적 동기는 밝히지 않았다. 백 교사는 경찰 조사에서 “특정 교사를 밀어주려 한 건 아니고, 학교 혁신을 위해 내부형 공모 교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한국교총은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특정노조 출신의 승진 통로 악용 논란을 넘어 이제 투표 조작이라는 범법 행위까지 불거진 무자격 교장 공모제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공모 축소 등 전면적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수사와 상관없이 해당 교사에 대해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라며 “교장 공모제 사업에 대해 오는 9월 1일 이후 개선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전교조 밀어주기는 아니다. 혁신학교 교장 선출은 특정세력, 누구를 밀어주고 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으니 이에 대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다. 해당 A초교 측도 수사결과가 나오면 대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교총은 지난 3일 “일반 학교와 마찬가지로 내부형 교장공모 학교에도 해당 학교 재직 교원은 지원할 수 없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며 “지난 3월 1일 자 내부형 무자격 교장공모 학교 14곳 중 12곳에서 재직 교원이 교장이 됐다. 항간에서는 사전내정설이 떠돌 정도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양주·수원=전익진·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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