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사저에 쥐약 보낸 유튜버 곧 경찰 소환…“살인미수” vs “전달안돼”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2일 정치비평 유튜브 채널 '고양이뉴스'에 올라온 영상에서 A씨가 쥐약이 담긴 택배를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으로 보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지난달 12일 정치비평 유튜브 채널 '고양이뉴스'에 올라온 영상에서 A씨가 쥐약이 담긴 택배를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으로 보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지난달 법원의 보석 결정 이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자택에 머무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쥐약을 배달하는 영상을 올린 유튜버 A를 경찰이 조만간 소환 조사한다. 야당에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자 살인미수"라며 강력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쥐약 배달 영상 올려 조회 수 13만회  

‘고양이뉴스’라는 정치 비평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A씨는 지난달 12일 '이명박 집 앞에서 쥐약을 선물한 유튜버'라는 제목의 14분짜리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는 A씨가 이 전 대통령에게 줄 선물이라며 약국에서 '스트라타젬 그래뉼'이라는 쥐약을 산 뒤, 편지와 함께 종이 상자에 넣는 모습이 나온다. 상자 겉면에는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해온 방송인 김어준씨 얼굴 그림을 붙였다.

A씨는 이 상자를 들고 택시를 탄 뒤 이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았다. 쥐약을 전달하려는 A씨의 시도가 출입문을 지키는 경찰에 의해 막히자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후 A씨는 상자를 들고 인근 편의점에 들어가 이 전 대통령 자택으로 택배를 보내며 "보냈지롱"이라고 웃는 모습이 담겼다.

이 택배는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으며, 경호처에서 해당 택배를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상은 3일 기준 13만회에 달하는 조회 수를 달성했다. 1만1000명이 영상에 대해 '싫어요'를 누르며 거부감을 표현했지만, 3400명은 '좋아요'를 누르며 A씨의 행동을 옹호했다.

◇강남서, A씨 소환 일정 조율 중  

해당 영상이 올라온 뒤 이 전 대통령 사저 관할인 서울 강남경찰서에는 1건의 고발과 함께 국민신문고 진정 등 약 7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한 강남서는 지난 2일 고발인에 대한 출석 조사 마무리했으며, 조만간 A씨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출석일을 조율 중이며 사실 관계에 대해 면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4만 명에 달하는 A씨는 자신을 ‘전직 PD’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A씨는 모 방송사에서 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김어준씨의 프로그램 관련 일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그동안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보는 이유' '태극기 부대를 원 펀치로 사라지게 할 획기적인 방법' '한유총 유치원 막장 드라마에 정부 대응 핵사이다' 등의 영상을 올려왔다.

◇"살인미수이자 모독" vs. "보여주기 일뿐"  

국회 정보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은재 의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전체회의 후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테러로 살인미수죄로 보인다"며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해당 영상을 본 대부분의 유튜버 구독자들의 반응도 비판이 많았다.

다만 A씨가 치밀한 준비 없이 단순히 이 전 대통령을 망신주기 위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 것이라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실제 쥐약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면 협박죄 등의 적용이 가능하지만, 만일 A씨가 단순히 영상을 찍기 위한 쇼를 한 것이라면 처벌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서 관계자는 "소환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법리 검토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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