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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율 99.98%서 뒤바뀐 운명···정의당, 지옥 갔다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여영국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창원성산 국회의원 단일화후보가 3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선거사무소에서 선거관련 뉴스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여영국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창원성산 국회의원 단일화후보가 3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선거사무소에서 선거관련 뉴스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9회 말 투 아웃 투 스트라이크에서 역전 홈런.’ 4ㆍ3 재보선 선거 개표가 끝난 뒤 정의당이 느낀 심정은 이랬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와 정의당 여영국 후보 등이 출마한 경남 창원 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개표는 오후 9시쯤부터 시작됐다. 처음으로 공표된 개표율 0.9% 상태에서 강 후보의 득표율은 46.7%, 여 후보의 득표율은 42.7%로 4%포인트 차로 강 후보가 앞서나갔다. 개표가 15.5%까지 진행되자 두 후보의 득표율은 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미 경남 통영ㆍ고성 보궐선거에서 정점식 후보의 당선을 확정 지은 한국당은 들뜬 분위기였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표정은 굳어져 갔다.

하지만 개표가 절반 정도 지나자 두 후보의 득표율 간극은 좁혀지기 시작했다. 개표율 64.5% 상태에서 여 후보는 43.7%로 강 후보(47.5%)를 뒤쫓기 시작했다. 개표율 94.0%에선 0.5% 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이때 개표 현장에 있던 정의당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개표가 다 된 것으로 안다. 정의당이 800표 정도 앞섰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텔레비전 중계 화면에 잡히는 이정미 대표의 표정도 밝아졌다. 특히 개표 후반부에 사전투표함이 열리면서 여 후보의 추격세가 가팔라졌다.

3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여영국 후보 사무실에서 개표방송을 보던중 표 차이가 좁혀지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창원성산에 출마한 여영국 후보 사무실에서 개표방송을 보던중 표 차이가 좁혀지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방송 화면은 오랫동안 개표율 94.0%에 머물러 서울에 있던 양당 관계자들의 애를 태웠다. 그러다가 오후 11시 30분쯤 개표율이 99.98%로 바뀌고 결국 여 후보가 강 후보를 역전했다. 개표가 100% 완료된 뒤 득표율은 여 후보가 45.8%, 강 후보는 45.2%. 두 후보의 표 차는 504표에 불과했다.

창원 성산 선거사무소에서 개표 방송을 보던 이정미 대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흘렸다. 여 후보의 어깨를 둘러싸며 활짝 웃기도 했다. 서울 당사에 있던 나경원 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텔레비전만 응시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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