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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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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소설을 살다

소설을 살다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나는 절필할 계획이 없다. 소설이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니라(소설에게 무슨 결핍감이 있겠는가? 아니, 설령 그렇다고 한들 내가 무슨 수로 소설을 충족시키겠는가?) 내가 소설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소설이 나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소설은 내가 만든 집이지만, 그래서 그렇게 허술하지만, 그러나 나를 살게 하는 집이기도 하다. 나는 내 소설 안에서, 소설과 함께 산다.”

“책 속에서 책이 나온다. 책을 읽다가 나는 아직 쓰이지 않은, 그러나 곧 쓰일 또 다른 책을 발견한다. 아직 쓰이지 않은, 곧 쓰일 그 책의 저자는, 내가 그 책의 불러일으킴에 제대로 반응한다면, 나다. 수없이 많은 작품이 실은 그렇게 태어난다. 그러니까 책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수없이 많은, 몇 권인지도 모를, 미래의 책들의 자궁이다.”

소설가 이승우의 산문집 『소설을 살다』(마음산책) 중에서. 특유의 미려한 문체로 자신의 창작론을 펼쳐간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혹은 소설은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소설가의 대답이다. 그의 또 다른 책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와 같이 읽으면 더욱 좋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