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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원자력 60주년. 쇄빙선 등 미래 원자력 계속 해나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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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기자간담회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한 중식당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기자간담회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한 중식당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인터뷰]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원자력 전문가가 탈(脫) 원전주의자들을 물리치고 한국 원자력 연구의 수장이 됐다. 1일 취임한 박원석(60)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얘기다. 박 원장은 미국 신시내티대에서 원자력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원전 전문가다. 1990년 원자력연구원에 입사, 30년 가까이 원전을 연구ㆍ개발해왔다. 특히 2012년부터는 4세대 원전 중 하나인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사업단 단장을 맡아왔다.

원전 전문가가 원자력연구원장의 수장이 된 것은 당연해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탈 원전을 공약으로 내건 정부에서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등 탈 원전주의자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원장에 올랐다. 박 원장은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어떻게 원장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강정민 위원장은 정부 위원회를 이끈 차관급 관료였고, 위원장직 수행에 문제가 돼 중도에 물러난 사람이다. 솔직히 원자력연구원장직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황당했다. 다른 분들도 나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노무현 정부 당시 수소사업단장을 했고, 연구관리부와 가동원전지원센터, 원자력기술사업부ㆍ소듐냉각고속로개발사업단 등 연구원 내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원자력연구원의 현안들을 해결하고, 미래원자력을 이끌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은 1959년생으로, 원자력연구원이 창설되는 해에 태어났다. 임현동 기자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은 1959년생으로, 원자력연구원이 창설되는 해에 태어났다. 임현동 기자

원자력 쇄빙선, 오지 소형원전 개발도

-탈 원전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긴 하지만,‘미래 원자력’분야는 계속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뭐가 미래 원전인가.
“원자력을 전공한 사람들은 그간 ‘우리나라가 자원 빈국이며, 그래서 에너지 안보가 매우 중요하다. 기후변화도 큰 문제인데, 그런 면에서 원자력은 대한민국이 어쩔수 없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에너지다’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연한 논리라 생각했던 것들이 시대가 바뀌면서 당연하지 않게 돼 당황스러웠다. 현 정부가 생각하는 미래 원자력은 네 가지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가동 중인 원전을 보다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안전성을 제고하는 것. 둘째는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 셋째는 보다 더 환경 친화적인 제염ㆍ해체에 대한 기술. 넷째는 원자력 쇄빙선 등 선박용 원자로 개발이다. 대형선박의 디젤엔진을 원자로로 바꾸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섬이나 오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원전도 미래 원자력에 포함된다.”  
-최근까지 4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듐냉각고속로사업단장도 맡으셨다. 내년이면 이 사업도 종료되는데.
“소듐냉각고속로는 발전(發電)의 개념이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의 부피를 줄이고 관리하는 차원에서 개발을 추진해왔다.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소듐냉각고속로 사업에 대한 재검토 의견이 제기됐다. 이후 약 4개월간 중립적인 전문가 평가단을 구성해서 소듐냉각고속로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검토했다.  현 여권 내에서도‘현시점에서 연구를 중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결론은 현재의 수준에서 소듐냉각고속로 연구를 계속하고, 2020년에 공론화 방식의 재검토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은 뼛속까지 원자력 공학자다.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신시내티대에서 원자력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0년 원자력연구원에 입사했다. 임현동 기자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은 뼛속까지 원자력 공학자다. 서울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신시내티대에서 원자력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0년 원자력연구원에 입사했다. 임현동 기자

수소경제 위한 고온가스로, 중국은 1~2년 내 상용화 

-또 다른 4세대 원전인 고온가스로 개발 사업도 올해 끝나는데.
“고온가스로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연구원에서 수소생산사업단을 할 때 내가 총괄 사업부장을 맡았던 일이다. 미국 부시 대통령도 수소경제를 역설할 때다. 수소는‘우주의 75%가 수소’라는 현대차 광고도 있긴 하지만 지구상에서는 수소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수소를 생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물을 분해 하는 것이다. 물을 섭씨 900도의 고온으로 올리면 수소분자를 쉽게 분리할 수 있다. 900도의 고온을 석탄ㆍ석유나 천연가스로도 올릴 수도 있지만, 원자력을 이용하면 저렴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한동안 수소경제가 힘을 받지 못해 연구도 많이 위축됐다. 최근 다시 수소경제가 부각되면서 고온가스로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지만, 정부에 애기해 볼 생각이다. 일본도 수소경제를 위한 고온가스로를 개발하고 있고, 중국은 향후 1~2년 내로 상용화할 정도로 기술개발이 빠르다.”
-연구원 내 연구용원자로인 하나로는 여전히 중지된 상태인데 무엇 때문인가
“원안위에서 요구하는 내용이 있다. 종합적으로 볼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2014년부터 내진성능 보강을 위해 3년 이상 가동을 정지하면서 안쓴 장비들이 노후화된 부분이 많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함이 계속 나온다. 그런 부분을 점검하느라 재가동이 늦어지고 있다. 집도 사람이 살지않고 비워놓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나. 하나로 원자로는 소아암 진단을 위한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시설이고, 대학과 산업체에서도 연구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차질이 생기면 큰 문제다. 걱정스럽다.”  
-올해 원자력연구원 60주년이 됐다.
 “원자력연구원은 1959년 당시 미래 에너지 원자력을 꿈꾸며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정부 출연연구기관이다. 이제 어느덧 환갑의 나이가 됐다. 우연이지만 나도 59년생이다. 원자력연구소는 지난 60년간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에 큰 기여를 했다. 이제는 미래 60년을 어떻게 가야할지 고민해야 한다. 내가 그 기반을 닦아놓고 3년 임기를 마치고 싶다. 원자력은 국민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많이 도와달라.”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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