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3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나 리간제 환경생태부 장관이 한국이 처하고 있는 미세먼지로 인한 문제와 심각한 우려에 대한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3일 귀국한 반 전 총장은 이날 김포공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국 방문 결과와 앞으로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이하 범국가 기구)’의 활동 방향에 관해 설명했다.
범국가 기구 위원장으로 내정된 반 전 총장은 지난달 26∼29일 중국 남부 하이난섬 보아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이 끝난 뒤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사흘 동안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리간지에 생태환경부 장관 등을 만났다.
반 전 총장은 “미세먼지 문제는 한·중 간에 경험을 공유하면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런 방향으로 (중국 측과) 얘기가 잘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지난 5년 동안 (미세먼지 저감에) 많은 실적을 냈는데 중국의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해가면서 우리의 저감을 위한 노력에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하늘 파랗더라…중국 노력 실감”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중국 측의 고위 인사들은 반 전 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그동안 미세먼지 저감에 많은 노력과 성과를 거뒀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은 “시진핑 주석이 2013년부터 파란 하늘 지키기 운동을 선포하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강조했고, 그 결과 2013년 대비해 90㎍/㎥에서 51㎍/㎥까지 저감을 시켰다는 경험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일간 베이징에 있었을 때 파란 하늘이었고, 서울과 같은 (고농도) 현상을 느끼지 못했다”며 “중국이 강도 있는 노력을 하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미세먼지 국민 대토론회 열기로
범국가 기구는 이달 중에 정식 발족할 예정이며, 설립추진단장은 김숙 전 유엔대사와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이 공동으로 맡았다.
범국가 기구는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며, 본회의는 산업계·학계·시민사회·학부모·청년 등 각계를 대표하는 위원 30~40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특히, 범국가 기구는 약 500명 규모의 ‘국민 정책 참여단’(가칭)을 운영하면서 국민 의견이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민 정책 참여단은 5월 말이나 6월 초에 국민 대토론회를 열고 미세먼지 감축과 관련해 정부에 요구할 정책을 논의하고, 국민에게 제안할 실천 방안도 다루게 된다.
반 전 총장은 “물은 더러워 보이면 안 마실 수 있지만, 미세먼지는 어떤 나라의 사람이던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마셔야 한다”며 “미세먼지를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