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아차노조, 광주형 일자리 도운 2명 제명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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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이하 기아차 노조)가 2일 광주형 일자리 협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기아차 노조 전 광주지회장 2명에 대한 제명을 정기대의원대회 공식 안건으로 상정했다.

박병규·이기곤 전 광주지회장 #부시장 등 지내며 타결에 활약 #오늘 대의원대회에 제명안 상정 #이 “정책 대안도 없이 징계하나”

제명 위기에 놓인 전 지회장은 박병규 전 광주광역시 부시장(현 광주시 사회연대일자리 특보)과 이기곤 전 지회장이다. 노조 지회장을 역임한 인사의 노조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기아차 노조는 이날 대회장에서 제기된 이 안건을 공식 안건으로 채택하고, 3일 속개되는 회의에서 첫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 정기대의원대회는 1일부터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 공장 생기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 때 사측에 제시할 임금요구안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박 특보는 윤장현 전 시장 시절 경제부시장으로 발탁돼 광주형 일자리 산파 역할을 했다. 광주형 일자리가 타결된 뒤에는 광주시 사회연대일자리 특보로 활동 중이다. 기아차는 단체협약에 의해 직원이 정무직으로 진출하면 휴직을 허용한다. 이에따라 박 특보는 노조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전 지회장은 2014년 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원회에 참여한 이후 줄곧 광주형 일자리 추진 작업에 몸담았다. 마지막 협상과정에서 노동계를 대표해 한국노총 광주시의장과 함께 원탁회의에 참여해 최종 타결을 이끌어냈다.

기아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가 타결된 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노조와 함께 ‘광주형 일자리 철회 3년 투쟁에 돌입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이 한국 경제침체에 따라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정경유착 노동적폐 1호인 광주형 일자리 협약을 체결하고, 반노동 친재벌 정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지회장은 “도덕적 문제나 규약 위반이라면 제명 논의를 받아들이겠지만 정책을 두고 논의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책 반대자를 모두 징계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광주형 일자리의 내용과 추구하는 바가 뭔지 알고 반대하는지 의문”이라며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나쁜 일자리’로 규정하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박 특보는 “대의원 구성이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제명은 확실해보인다”며 “안타깝지만 공직에 있는 상황에서 조합의 결정을 언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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