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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의혹 해소 안 된 장관 임명은 민심 거스르는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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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조만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5명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조동호(임명 철회)·최정호(자진 사퇴) 후보자 외에 더 이상의 중도 사퇴자가 나와선 안 된다는 입장 같다. 일단 재송부 기한까지 기다려 보고, 그래도 보고서가 채택하지 않으면 국회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하려는 분위기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5명 모두 임명에 반대하고 있다. 진영(행정안전)·문성혁(해양수산)·박양우(문화체육관광) 후보자에 대해선 ‘부적격’ 의견을, 김연철(통일)·박영선(중소벤처기업) 후보자는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 중 김·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가라앉기는 커녕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 여론이다. 김 후보자의 경우 천안함 폭침,금강산 관광객 피살, 북핵 제재 등에 대해 과거와는 180도 달라진 발언으로 청문회 통과를 시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대북관과 특히 기본적 인성 문제를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김 후보자의 통일부 장관 임명 강행은 가뜩이나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미 동맹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청문회 때 신상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비난을 자초했던 박영선 후보자에겐 서울 연희동 자택 리모델링 비용 대납 의혹이 더해졌다.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은 어제 “2002년 A건설사가 박 후보자의 연희동 자택 리모델링 공사를 공짜로 해줬다”며 “박 후보자의 배우자가 IBM 전무로 근무 중이었는데, A건설사가 평택 반도체 공장 건설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대가로 3억원에 달하는 리모델링 공사를 해줬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자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이를 반박할 서류는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박 후보자는 항변만 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통장 계좌이체 내역 같은 물증을 제출해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 주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다.

상황이 이렇다면 청와대도 대통령의 인사권만을 앞세워 부적격 후보자의 임명을 서두르기보다 인사 검증 실패의 근본적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내부 성찰부터 하는 게 순리다.문 정부 출범후 지금까지 8명의 장관급 후보자가 청문 보고서 채택없이 임명됐다. 인사검증 시스템이 고장난 것이다.그런데도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취재는 검증의 완결”(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라며 민정·인사수석의 책임을 호도하는 발언이 나오니 참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