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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사고, 재지정 평가 계속 거부…“평가지표 부당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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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의 5년 주기 재지정 평가(운영성과평가)를 거부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소속 교장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가지표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율형사립고의 5년 주기 재지정 평가(운영성과평가)를 거부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소속 교장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가지표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연합회)가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평가를 다시 한번 거부하고 나섰다. 시교육청은 운영성과 보고서 제출마감 기한을 이번 주 5일까지로 일주일 연장했는데, 제출하는 학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들이 평가보고서를 끝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행정명령을 내린 후, 보고서 없이 평가를 진행할 방침이다.

연합회는 25인 서울 종로구 동성고 강당에서 기지회견을 갖고 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에 또다시 반기를 들었다. 김철경 연합회 회장(대광고 교장)은 “지난주에 조희연 교육감과 면담을 통해 지표 개선을 요구했지만, 평가지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며 “시교육청이 소통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자사고 죽이기’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보고서 제출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현재 운영성과 평가는 법령에도 없는 내용을 갖고 현실적으로 도달 불가능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대로 평가를 하면 서울 자사고가 모두 탈락한다는 사실을 시교육청에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평가 기준은 교육부가 정한 기준’이라고 발뺌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사고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5년마다 운영성과를 평가받는다. 기준 점수를 넘지 못하면 자사고로 재지정 되지 않고 일반고로 전환된다. 올해 운영 성과 평가 대상 자사고는 전국 24곳으로 이 중 13곳이 서울에 있다. 경희고·동성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이화여고·중동고·중앙고·한가람고·한대부고·하나고 등이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마감이었던 운영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9일이었던 보고서 제출기한을 이달 5일로 연기했다.

시교육청에 연합회 측이 요구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평가지표를 재설정하고, 교육청 평가단에 자사고 추천 인사를 포함하고, 평가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평가 기준을 변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재량지표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항목과 기준은 교육부의 표준안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평가 재설정을 제외한 다른 요구가 수용되면 자사고들이 평가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올해 평가받는 자사고 13곳과 논의해보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자사고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서 교육청의 자사고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자사고 학부모들이 피켓을 들고서 교육청의 자사고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회는 서울시교육청의 평가 지표 부당성에 대해서도 항목별로 조목조목 설명했다. 같은 날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 대한 재반박인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제시한 운영성과 평가는 총 6개 영역, 12개 항목, 32개 지표로 돼 있다. 각 항목마다 매우우수·우수·보통·미흡·매우미흡의 다섯 단계로 점수를 매긴다. 항목 별 배점은 다르지만 ‘매우우수’는 2~5점, ‘매우미흡’은 0.4점~1.0점이다. 서울지역은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을 받아야 자사고로 재지정 될 수 있다.

자사고는 평가지표 중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노력’과 ‘학생 전출 및 중도이탈 비율’ 등의 항목이 특히 자사고에 불리하게끔 구성됐다고 주장했다. 백성호 연합회 부회장(한가람고 교장)은 “사회통합전형의 경우 소득분위 8분위 이하만 응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지원자가 없다”며 “학생을 몇 명 선발했느냐만 갖고 학교를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학생 전출에 대해선 “부모와 함께 이주하거나 대입 유불리 때문에 일반고로 전학 가는 것까지 감점요인이 돼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고들은 각 지표의 기준도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학생충원율의 경우 95% 이상은 만점인데, 80% 미만이면 최하점을 받는다. 교원연수도 60시간 이상은 ‘매우우수’지만, 42시간 미만이면 ‘매우미흡’으로 평가된다. 백 부회장은 “어떤 법적 근거로 이런 기준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지표 설정 전에 공청회를 통해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같은 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자사고가 끝까지 평가를 거부하면 지정취소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자사고는 5년 기한으로 시교육청의 평가를 받아 자사고 지위가 연장되거나 취소되는 법적·제도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평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자사고의 지위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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