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살해 베트남 여성, 오늘 석방될 듯"

도안 티 흐엉.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여성이 곧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1일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검찰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31)에 대해 살인혐의 대신 상해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제안했으며, 이에 따라 흐엉이 곧 석방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1일 말레이시아 검찰은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인도네시아인 피고인 시티 아이샤(27)를 공소 취소로 석방했으나, 흐엉에게는 공소를 취소하지 않고 재판을 계속해 불공정한 조처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당시 베트남 정부와 국민은 두 피고인을 국적에 따라 명백히 차별대우했다는 이유로 말레이 검찰에 거세게 반발했다. 응우옌 꾸억 중 베트남 외교부 차관은 잠루니 칼리드 주베트남 말레이시아 대사를 초치해 실망을 표명하기도 했다.

특히 당사자인 흐엉은 홀로 석방이 불발된 데 대한 충격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흐엉은 샤알람 고등법원에 출석했을 때도 사흘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히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법 절차에 따랐을 뿐"이라며, 시티를 돌연 석방한 이유나 흐엉은 석방하지 않고 재판을 받도록 한 이유에 대해선 입을 닫아 왔다.

흐엉과 시티는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두 사람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다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이들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했다는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성공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북한인 용의자들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