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인사실패' 언급 피해…靑 일각선 "노영민 체제서 기조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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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전날 장관 후보자 2명이 낙마한 사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벌어진 인사 실패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이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적이 더 많았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재직 시절 피감기관이 지원한 해외 출장을 다녀와 논란을 일으켰던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낙마 때다.

문 대통령은 당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인사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기식 전 금융위원장. 뉴스1

김기식 전 금융위원장. 뉴스1

하지만 문 대통령의 ‘정면돌파’는 김 전 원장의 ‘5000만원 셀프후원’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실패로 끝났다.

지난해 10월 국회의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강행된 유은혜 교육부총리에게는 “인사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잘 한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다”고 격려한 적도 있다.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인사실패와 관련해 유일하게 유감을 공식 표명했던 것은 정부 출범 초기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의 낙마 때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문 대통령은 당시 강경화 외교장관의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안 후보자의 사퇴가 안타깝다. 목표의식이 앞서다 보니 약간 검증이 안이해진 게 아닌가 싶다. 스스로 마음을 새롭게 느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과거와 달리 장관 후보자 2명의 거취를 신속히 정한 이번 결정에 대해 “국정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 내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 체제에서 생긴 변화”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1월 8일 노영민 비서실장이 임종식 전 실장과 포옹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8일 노영민 비서실장이 임종식 전 실장과 포옹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인사 관련 논란에 강경 대응했던 때는 모두 임종석 실장 때였다”며 “당시에는 지지율 고공 행진 속에서 정부의 철학을 관철해야 한다는 의지가 워낙 높아 ‘독선’으로 오해할만한 결정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노 실장은 취임과 함께 ‘나는 참모로서의 역할만 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고, 이러한 기류가 인사 관련 대응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노 실장은 이번 ‘인사 참사’와 관련해 지난 주말 긴급하게 핵심 수석보좌관들을 소집해 의견을 청취한 뒤 문 대통령에게 “지명철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직접 보고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도 노 실장의 결정을 존중해 즉각 지명철회 발표가 이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 총선이 있기 때문에 정국 운영의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여의도 여당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며 “문 대통령이 최근 개각을 하는 과정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여당의 의견을 경청하고 상당부분 결정 권한을 주는 배경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노영민 실장이 기립해 문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노영민 실장이 기립해 문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청와대에서는 거듭된 인사 실패 때문에 문 대통령의 개혁 동력이 상실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변화는 전혀 없다”며 “다만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방식을 모색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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