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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문성민의 눈물, 현대캐피탈 우승 싹 틔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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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프로배구 챔프전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는 현대캐피탈 문성민. [연합뉴스]

프로배구 챔프전 우승을 확정한 뒤 환호하는 현대캐피탈 문성민. [연합뉴스]

“(문)성민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비서 해결사 역할 V4 숨은 주역 #공수 오가며 활약, 강서브도 빛나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26일 3전 전승으로 정상에 오른 현대캐피탈의 최태웅(43) 감독은 우승의 숨은 주역으로 문성민(33)을 호명했다. 최우수 선수상(MVP)은 챔프전 내내 큰 활약을 펼친 전광인(28)에게 돌아갔지만, 팀을 위해 희생한 문성민의 공도 빼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의 주장이자 상징 선수다. ‘부산 사나이’인 그는 말수가 적고, 묵묵히 팀원을 이끈다.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6~17시즌 국내 선수 최초로 700득점(739점)을 넘어섰다. MVP도 두 차례(2015~16, 16~17시즌) 받았다. 대포알 서브는 외국인 선수에 뒤지지 않는다.

그런 문성민이 올 시즌 코트가 아닌 웜업존(벤치 멤버들이 몸을 푸는 곳)을 더 많이 지켰다. 현대캐피탈이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파다르를 영입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파다르와 문성민은 같은 라이트 공격수다. 공수가 다 좋은 전광인까지 입단하면서 리시브가 약점인 문성민은 설 자리는 좁아졌다. 결국 개막전에선 1초도 뛰지 못했다. 최태웅 감독은 “성민이는 조커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지만, 출전 기회가 눈에 띄게 준 건 사실이었다. 시즌 막판엔 무릎 부상까지 겹쳐 시즌 득점이 데뷔 후 가장 적은 163득점에 그쳤다.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는 최태웅 감독. [뉴스1]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는 최태웅 감독. [뉴스1]

최태웅 감독이 말한 ‘그때’는 바로 포스트시즌이었다. 주포 파다르가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갑자기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 출전했지만 100% 컨디션은 아니었다. 파다르의 빈 자리를 문성민이 메웠다. 문성민은 전매 특허인 강서브로 챔피언 결정전에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5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했다. 범실은 겨우 2개였다. 고비 때마다 터진 문성민의 서브와 함께 강스파이크도 불을 뿜었다. 우승을 결정지은 3차전에서는 66.67%의 공격 성공률로 13득점했다. 대한항공 서브도 물러서지 않은 채 잘 받아냈다. 문성민은 경기 후 양쪽 무릎에 얼음팩을 칭칭 감았다. 그러면서도 “나만 아픈 게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모두 참고 버텨냈다”고 말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힘든 시기도 거쳤다. 문성민 동기인 신영석은 “정규리그 도중 성민이가 ‘경기에 자주 나가는 선수가 주장 완장을 차는 게 맞지 않나’라며 내게 주장을 넘기려 했다. 하지만 성민이보다 현대캐피탈 주장에 잘 어울리는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태웅 감독도 “성민이가 있을 때와 없을 때, 팀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문성민은 팀의 정신적 지주”라고 말했다. 문성민은 “내가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며 손사래 쳤다.

최태웅 감독에게도 감격스러운 우승이다. 평소 선수들에게 용기를 북돋는 말을 자주해 ‘명언 제조기’로 불리는 최 감독은, 1차전 5세트 6-9로 뒤진 상황에서 “기적은 일어난다”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결국 말대로 ‘기적’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1차전 이후 상승세를 탔고 3연승을 내달렸다. 우승 뒤 눈물을 쏟은 최 감독은 “2년 전 첫 우승 때보다 더 힘들었다. 모든 선수가 희생한 결과”라고 공을 돌렸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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