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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제 구호 속 "미국인 환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지의「데이비드·훌리」기자가 평양세계 청년학생축전 취재차 지난달 평양에 도착, 송고한 첫 번째 기사다. 다음은 이 기사 요약이다.
미국기자가 지난달 28일 오후 평양에 도착하자 이민국 관리로 보이는 2O0의 북한여자가 다가와 대뜸『루마니아인』이냐고 물어왔다.
『미국 인』이라고 대답하자 이 여성은 충격을 받은 듯 놀란 표정으로『미국인이라구요』라며 난감한 듯 반문했다.
그리고 이 여성은 다루기가 훨씬 손쉬운 루마니아인을 찾으러 가는지 그 자리를 총총히 떠났다.
다른 이민국 관리는 훨씬 세련되고 친절했다. 달아나다시피 한 이 여성이 보인 미국인에 대한 인상은 북한의 영자주간평양타임스가 최근호에서『악귀적 잔학상』이라는 머릿기사로 보여준 미국인에 대한 선전 같은 것으로 형성된 것 같았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주부터 세계를 향해 전보다 문을 활짝 개방, 축전의 절정을 향해 가고있다.
공항에서 평양시내로 들어가는 4∼6차선 도로는 수양버들 가로수가 줄지어 있었으며「반제·평화·우의」등 구호를 한글과 영문으로 쓴 깃발이 수없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바로 며칠 전 열린 북한의 전통적 연례행사인「반미연대투쟁의 달」행사가 열렸었다.
공식발표에 따르면 한국전 발발기념일인 지난달25일 20만명의 군중이 모여 당과 평양정권지도자들이 강조하는『미 제국주의 북침』주장 연설을 들었다.
군중들은 전쟁영웅이나 유가족들의 선창에 따라『미 제국주의를 몰아내고 조국을 통일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북한은 현재 평축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28일 평양공항에 도착했을 때 국방색 복장의 젊은 이민국관리는 짧은 영어로 외국인들 하나하나를 향해 딱딱한 어조로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있었다.
『이번이 첫 북조선 방문입니까 남한 독일인이『그렇다』고 대답했다.
이 젊은 관리는 질문하고 대답을 듣고는 벌떡 일어나 팔을 공중으로 그게 뻗쳐 올리며 미소를 짓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조선방문을 환영합니다』고 큰소리로 말했다.
북경에 있는 한 서방의 교관은 며칠 전 평축과 관련,『이것은 북한이 자신을 세계에 알리려는 커다란 노력으로 분석된다. 이것은 북한역사 40년에서 가장 큰 행사다. 북한은 이번 행사를 통해 문호개방을 시사하고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로스앤젤레스 타임스=본사특약】
○…북한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세계로부터 격리되어왔으나 1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계기로 조심스럽게 세계언론에 문을 열고있다.
이번 축전에 초대된 참가자들은 그러나 이데올로기의 문까지 열린 흔적은 발견하지 못하고있다. 벽보와 포스터들은『사회주의체제는 노동자계급에 의해 쟁취된 혁명의 값진 상』이라고 변함 없이 선전하고 있다.
프레스센터 입구에 있는 대형 플래카드는『5대륙에서 온 기자들은 자유와 사회주의를 위해, 그리고 자본주의의 파괴를 위해 그들의 펜을 준비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DPA=연합】
○…지금까지 있었던 미국인의 북한방문단 규모로는 가장 큰 90여명의 미국대표단이 1일부터8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에 도착했다.
미국대표단의 인솔자 가운데한사람인 코네티컷주 뉴헤븐 출신인「가드프레이」(31)는 미국대표단이 공산청년동맹, 카톨릭 학생협회, 남부기독교지도자회의, 조지아주 흑인학생 협회와 그밖에 다양한 좌익학생단체에 소속돼있는 9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히고『우리는 대부분 진보적인 젊은이와 자유주의자, 사회주의자 및 공산주의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이 평양의 비행장에서 차를 타고 나와 시내를 지나갈 때 걸어가던 시민들과 버스정류장에 서있던 시민들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는데 이는 북한 최대의 첫 국제행사를 맞아 우호적인 표정을 지어 보이라는 당국의 지시에 따른 것임이 분명한 듯 했다.【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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