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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입북설 확인.해명 분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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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경원 의원 밀입북 사건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서 밀인북 의원이 더 있느냐는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야당마다 은밀하게 자체 점검을 실시중인데 의원 회관 주변에선 『아무개의 행적이 수상 쩍다더라』라는 소문이 나돌고『당신은 괜찮느냐』는 새로운 인사가 오가는 등 추가 밀인북 몸살을 앓고 있다.
○…서 의원 사건으로 가장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평민당은 정부측에서 밀입북 야당 의원이 2∼3명 더 있다는 정보가 흘러나오자 몹시 긴장.
이러한 보도가 나오자마자 총재 비서실에서 용의자를 찾는 한편 김대중 총재가 몇몇 재야출신의원들을 직접 불러 확인.
평민당 내부에서는 3명의 용의자로 꼽았다는 것인데 모두 해외 행적을 해명.
용의자들은 혼자 여행했거나 일행과 떨어져 별도 여행을 한의원들.
양성우 의원은 스스로 자신이 3명 중 제1용의자로 지목됐더라고 털어놓으면서 지난 4월 혼자서 미 하버드대법대 강연을 위해 10일간 방미했을 때 『영사관 직원이 나를 안내했으므로 증인이 돼줄 것』이라며 강연 팸플릿까지 기자들에게 돌리며 부인.
지난해 8월 한-자이레, 한-카메룬 의원 친선 협회 사절단으로, 지난 4월엔 문공 위원들과 남미를 여행했던 박석무 의원도 혐의를 받는 듯 싶자 기자실로 찾아와 해명.
한편 민주당은 애초 야당에 추가 입북자가 있을 것이라고 알려지자 노무현 의원을 걱정했으나 노 의원은 외유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안도. 중국 방문 때 북한측의 접촉시도가 있었다고만 했던 김동영 부총재도 뒤늦게 『허담과 접촉을 주선하겠다』고 했다는 등 내용을 밝히며 불똥이 튈까 걱정.
공화당도 당 지도부의 통제를 잘 안 따르고 최근 중국을 방문한 유기수 의원을 점검했는데 유 의원은 『당시 북경에서 총재에게 그런 뜻을 전했다가 꾸지람만 듣고 그만뒀다』고 해명.
○…공안당국은 최소한 2∼3명은 북한을 방문한 것이 틀림 없다는 심증을 굳힌 상태.
지난해 7·7선언 이후엔 특히 북방 열기가 유행병처럼 번져 경쟁적으로 북방행 열차에 타러했던 점으로 미뤄 지난해 후반부터 접촉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전 의원의 해외여행행적을 조사해 대상을 5∼6명선으로 압축했다는 것.
특히 해외여행자가 급격히 늘어 일본이나 유럽여행 중 사라지면 체크가 어렵다는 것이고 중국의 경우는 일정조사가 불가능해 이 방면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 바람에 M·P·L등 5명이 수사대상이라는 설이 나오는가 하면 K·Y·P·L등 5명이라는 설도 나와 박·이씨 성의 의원들은 행적을 해명하느라 고심.
문동환 의원이 출국 정지되던 30일 해외여행에 나선 이해찬 의원은 출국이 허용(?)돼 혐의를 일단 벗은 셈이고 지난 6월초 SI 참석차 스웨덴·서독을 방문할 때 다른 일행보다 먼저 떠나 늦게 귀국했던 박영숙 부총재는 「남편 병 치료」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김영진 의원은 지난해 7월 미 농무성 초청으로 방미하는 등 3차례, 이철용 의원은 7월한-벨기에, 한-프랑스 친선 외교협회 일행과 프랑스·핀란드·벨기에·서독 등을 방문했으나 모두 여야의원이 함께 한 여행이라는 것.
지난해 2월 중국국무원 초청으로 2차례 단독 방중한 이상옥 의원도 당에서 한때 걱정했던 눈치. 이 의원은 1차로 2박3일을 묵은 뒤 돌아와 이틀만에 다시 출국해 8일간 북경에 묵으며 중국 정부인사들과 만났다고 하는데 이 의원이 2차로 중국에 갔을 때 이틀 뒤엔 허담도 북경에 뫘다는 것. 또 이 의원은 중국으로 떠나며 『판문점을 통해 돌아오겠다』는 등의 말을 해 당 지도부로부터 『쓸데없는 말 말라』는 경고도 받았다는 후문.
이 의원은 그러나 『두 번이나 국무원 초청을 연기했기 때문에 직접 가서 양해를 구한 것』『허담은 뒤 꼭지도 보지 못했다』고 강조.
○…당국의 수사초점은△서경원 의원의 접촉 상대 등 활동 범위와 △국회 및 정당에 대한 외부 세력 침투 등인데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자금 출처인 듯.
문익환 목사의 자금 출처 조사때와 같이 그 동안 농민시위·노사분규·주사파 서적출판 관계에 유입된 자금을 조사한 결과 평민당과의 관련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일부 광주 희생자 구좌에는 「15만7천4백65원」식의 묘한 암호 같은 임금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발견, 의혹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평민당의 재야 입당파 조직인 평민연 소속 의원들과 재야 영입파에 대해선 야시간 전면적 감시체제가 가동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 동안 의원들의 입법 활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보좌관·비서관중에는 북의 지량을 받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확신.
특히 서 의원의 방량균 비서관은 해외에서 자금을 받아오고 자금 관리를 맡을 정도로 상급자인 보좌관보다 더 중요한 일을 맡고 있었다.
공안당국은 의원 보좌관들 중에 방 비서 같은 문제 인물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 주변 수사를 계속중이다.
13대 들어 재야 출신 의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역시 재야에서 많은 비서진을 기용했고 이때 불순세력도 끼었을 것으로 판단한 것. 특히 이들이 의원들과 운동권 사이의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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