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졌다는 뮤지컬 커플 민영기·조정은 이젠 '화성에서…' 다시 만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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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뮤지컬 차세대 선두 주자로 꼽히는 배우 민영기(33.사진(右))와 조정은(27.(左)). 둘은 '공인된 커플'로 유명하다. 올 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둘이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한 4회분은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이후 둘이 헤어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 두 사람이 다시 한 작품에 출연한단다. 8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공연되는 '화성에서 꿈꾸다'란 뮤지컬이다. 둘을 인터뷰하기로 한 것은 아무리 개인적인 앙금이 있더라도 작품을 위해선 훌훌 털어낼 만큼, 요즘 신세대가 정말 쿨(cool)한 지 확인하고픈 마음 때문이었다.

#남자의 발뺌?

"아니요, 저희 특별히 사귄 게 아닌데…. 사귀고 헤어졌다기 보다는 그냥 늘 함께 였어요."

사귀질 않았단다. 근데 어쩐지 머뭇거린다. 솔직하지 않은 걸까, 아니면 조심스럽기 때문?

민영기는 세상사 많이 겪은 듯한, 녹록하지 않은 청년의 기품이 풍기는 배우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호소력 있는 목소리. 그러나 한때는 '음치'였단다. "고1 때 학교 합창단에 들어가려고 했죠.'선구자'를 불렀는데 1차 오디션서 똑 떨어진 거에요. 지원자 20명 중 저만 유일한 탈락자였죠."

어렵사리 들어간 합창반은 군기가 셌다. 음정이 툭하면 어긋나 숱하게 몽둥이로 엉덩이 퉁퉁 붓도록 맞았다. 부모님 몰래 6개월간 변압기 만드는 공장을 다니며 한푼 두푼 모았다. 그 돈으로 성악 레슨을 받아 한양대 성악과에 합격했다.

뮤지컬은 2001년 서울예술단에 들어가면서부터. 입단 동기가 조정은이었다. 둘은 2002년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처음 남녀 주인공을 맡은 뒤 '태풍'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에 잇따라 함께 출연했다. "성격은 물론, 연기와 노래 스타일도 너무 달라요. 그래서 서로 보완할 수 있었어요. 정은이가 있기에 저도 이만큼 성장한 거죠"

#여자의 인정!

"사귀었어요. 2003년부터 올 2월까지. 만 3년이네요. 이젠 헤어졌죠. 이미 오빠는 여자 친구도 있는걸요." 너무나 솔직했다. 조정은은 만남과 이별을 또렷하게 말했다. 정황상(?) 그녀의 증언이 더 맞는 듯 보였다.

"이윤택 선생님이 같이 하자고 해서 시작했지만 처음엔 힘들었어요. 그래도 3년간 쌓은 정 때문인지 연기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땐 오빠에게 먼저 묻게 되더라구요. "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나온 그녀를 스타로 발돋움시킨 건 2004년 '미녀와 야수'의 여주인공 벨이다. 이번 출연작은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한 창작 뮤지컬. "'빙허각'이란 선각자적인 여성 실학자역이에요. 늘 아름답게 포장돼 있다 세상과 처연히 맞서는 인물을 하게 돼 떨려요. "

그녀가 존경하는 인물은 발레리나 강수진. "오네긴 작품을 보았어요. 눈물 펑펑 쏟았죠. 강수진이 안 보이고 등장인물만 무대를 꽉 채운 거에요. 아, 저게 살아있는 거구나 생각했죠." 문득 그녀가 지금과 같이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지켜간다면, '뮤지컬계 강수진'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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