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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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2,13,14세는 국교 6년생, 중학교 1,2년생의 나이다. 이들 여자 어린이들에게 월25만원씩 주고 윤락 행위를 시킨 음식점 주인이 있었다.
11세는 시골 어느 국민학교 4학년 여자 어린이의 나이다. 40세의 남자 교사가 이 어린이를 어떻게 했다는 기사도 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역겹다 못해 슬픈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고장이 겨우 그 정도인가 하는 자학과 자기 혐오감마저 갖게 된다. 이것은 어쩌다 일어난 일들이 아니다. 요즘 매일같이 신문에서 보는 일들이다.
슬픈 얘기는 그것만이 아니다. 대명 천지 밝은 세상에 아직도 우리 사회, 어느 곳의 침침한 구석에서는 기생 파티라는 것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말이 좋아 기생 파티지 그 속은 일본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윤락행위다.
기생파티는 60년대, 달러 한 장이 귀하던 시절에나 볼 수 있던 일이다. 외화 벌이라는 핑계로 알게 모르게 당국도 눈감아 왔었다.
지금은 국민소득이 늘어도 몇 배는 늘었고, 우리의 의식 수준도 옛날과는 다르다.
입는 것과 먹는 것이 족하면 영욕을 안다는 말이 있다. 영욕이란 명예와 수치를 뜻한다. 누구나 다 잘 입고 잘 먹는 것은 아니지만 예의와 부끄러움을 분별 못할 정도로 우리가 굶주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보다도 지금은 자신이 노력만 하면 먹고 입는 것은 큰 걱정이 아닌 세상이다.
우리 나라를 찾아오는 일본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의 경우 21만명이었다. 요즘 길거리에서 보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행색을 보면 그렇게 우월해 보이지 않는다. 일본 돈 값이 턱없이 오르면서 그 덕에 관광을 나온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눈에 우리 나라가 마치「섹스」천국이나 되는 것처럼 비친다면 우리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그까짓 연간 관광수입 36억 달러를 위해 우리의 수치심과 인간다운 삶까지도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다.
지난해 관광 공사가 우리 나라를 찾아온 외국인 4천명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 응답이있었다.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우리의「친절한 국민성」과「발전하는 모습」에서 한국의 좋은 인상을 얘기하고 있었다. 친절은 우리 나라 사람들의 미덕이며, 발전하는 모습 또한 우리만의 관광자원이 될 만하다. 이제는 기생 파티 같은 것은 아예 없어져도 된다. 아무리 나라가 어수선할 망정 지켜야할 것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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