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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의 저주, 왕징소호 입주하면 망한다?

중앙일보

입력

왕징소호(望京SOHO).  

[출처 바이두백과]

[출처 바이두백과]

세계 유명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건축한 건물로, 다임러 벤츠, 캐터필러,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500대 기업의 중국 본사가 입주해 있는 곳이다.  그 건물이 독특해 왕징의 랜드마크로 통한다. 한국 기업들도 많이 입주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건물에는 또 다른 '공공연한 비밀'이 하나있다.

풍수지리가 좋지 않다!

물론 소문이다. 우리도 그렇지만, 중국인들은 풍수지리를 믿는다. 비과학적임에도 불구하고 '왕징 소호의 풍수지리가 좋지 않다'는 건 속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 내역을 추적해보자.

왕징소호에 많은 기업들이 몰려든 이유는 왕징소호라는 랜드마크 이미지와 주변 환경시설, 사통발달한 입지 덕분이다. 그 중에서도 인터넷 기업들이 두드러진다. 중국 1위 데이팅 앱 모모(陌陌), 모바일 게임업체 추콩테크놀로지(Chukong Technology), 결혼중개 사이트 바이허넷(百合网, 백합망)등의 기업이 대표적이다.

임대료가 저렴한 것도 원인 중의 하나였다. 왕징소호의 임대료는 1㎡(평방미터)당 하루 8위안(약1,350원)인데 비해, 베이징 국제무역센터과 중관춘의 임대료는 평방미터당 하루 13위안(약2,200)원이었다.

왕징 소호 회장 판스치 [출처 바이두백과]

왕징 소호 회장 판스치 [출처 바이두백과]

"판스치(潘石屹) 소호(SOHO) 중국 회장은 누누히 왕징소호는 베이징 제 2의 중심업무지구(CBD)라고 얘기하며, 풍수가 매우 좋다고 자부하곤 했다. 그는 2014년 모모(陌陌)가 상장 시, "상장사가 추가로 생겼다"며, "이곳이 풍수가 좋아 인터넷 기업이 발전하기 적합하다" 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시기에 왕징소호의 사무실 임대율은 75%을 넘었고, 대다수 업종은 인터넷 기업이었다. 소위 호황의 시기를 맞고 있었다.

그러나 몇년 뒤, 그의 말을 뒤집을 만한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하게 된다. 왕징 소호에 있는 수많은 인터넷 회사들이 마치 저주에 걸린 듯 쓰러져나가게 된 것이다.

특히 완다그룹의 금수저 왕쓰총(王思聪)이 운영하는 중국판 아프리카 TV격인 판다TV(熊猫TV)가 생방송을 중단하면서 왕징소호의 풍수지리설은 다시금 슬며시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중국의 한 유명 블로거는 3월 9일, 왕징소호에 입주했다가 망하거나, 지지부진한 발전을 겪고 있는 인터넷 기업에 대한 글을 썼다. 그 글에는 판다TV,  파워블로거인 미멍(咪蒙), 블루고고(小蓝车), 추콩테크놀로지,애니메이션 서비스 사이트 에이시펀(ACFUN, A站) ,황타이지(黄太吉)등을 나열하며 예를 들었다.

실제로도 그럴까?

왕징소호로 옮긴지 반년만에 추콩테크놀로지는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추콩 테크놀로지는 왕징소호에 입주 후,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게임사업에 대한 불확실성과 치열한 시장경쟁으로 결국 상장을 포기했다. 상장을 포기하자 수익은 5분의 1로 줄었고, 광고기업과 한국기업으로 기업이 분할됐다.

이 뿐만인가?  중국 공유자전거의 3대 브랜드로 불리우는 블루고고(小蓝单车)가 2017년 공급상 대금 체납 문제와, 사용자 보증금 반환문제가 불거지더니 결국 부도설에 휩쌓였다. 결국 지난해 초, 디디추싱이 블루고고의 위탁경영을 맡게 됐다.

중국 애니메이션 서비스 사이트 에이시펀(ACFUN, A站)은 대규모 사용자층을 거느려 왔으나, 왕징 소호에서는 봄을 맞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6월 인수합병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요리계의 패스트푸드점으로 유명한 황타이지(黄太吉). 중국 요리를 패스트푸드화 한다는 혁신적인 사업 모델과 왕홍 마케팅의 원조격인 광고 마케팅으로 번창했으며, 사장님이 직접 벤츠를 몰고 배달한다는 컨셉 또한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중국의 맥도널드를 실현하겠다는 원대한 꿈은 이뤄지지 않았고, 4년간 3차례 변신을 꾀했지만, 이내 대중들에게 잊혀졌다.

[출처 바이두백과]

[출처 바이두백과]

이렇듯 여러 회사가 쓰러져간 가운데, 왕징소호의 풍수가 정말 좋지 않은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찾아봤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풍수지리설은 여러개가 있지만 내용이 거의 비슷하게 모아진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왕징소호는 베이징의 북동쪽에 위치하며 북동쪽은 풍수에서 '귀문(鬼门)'방위로 불린다. 이 방위는 풍수지리에서 그리 좋지 않은 위치로 꼽고 있다. 어쩔수 없이 위치하는 경우에는 방향을 틀어놓는 등 다른 방법으로라도 귀문방에 대한 나쁜 기운을 다스려야 한다고 한다. 또한, 왕징의 이리저리 섥혀있는 도로에서 좋지 못한 기운을 느끼기도 한다. 왕징은 마치 미로처럼 생겨서, 돈을 잘 모을 수 없는 형상이라고도 얘기한다.

왕징소호 양측으로 반궁살이 형성되어 있다 [출처 터우타오]

왕징소호 양측으로 반궁살이 형성되어 있다 [출처 터우타오]

위 사진에서 보면, 왕징소호의 양측이 반궁(半弓)으로 굽어진 형태를 볼 수 있다. 이른 바 반궁살(半弓杀)이라고 하는데 풍수에서는 반궁 형태의 도로가 있으면 배신이나 사기를 당해 적잖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풀이한다.

네티즌들은 왕징소호 건물의 디자인도 지적했다. 세 곳의 빌딩이 유선형의 알껍질 모양처럼 디자인 되었는데 이것은 기운을 모으는데 좋지 않다는 것이다. 알껍질처럼 생긴 건물의 조형이 서로에게 반궁살을 형성하고, 살기가 있는 흉상이라고 평하는 자도 있다.

건축가들도 소문을 신경 쓴다. 건물을 설계할 때 녹지화를 조성하고, 분수, 지하상가를 만드는 방식으로 액운을 쫓고 좋은 기운이 흩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래저래 소문은 더 설득력을 더해간다.

[출처 바이두백과]

[출처 바이두백과]

그런데도 소호의 인기는 여전하다. 이유가 뭘까.

소문은 소문이다. 인터넷 업계 젊은이들은 '업계 자체가 경쟁이 치열하고, 기업의 사활이 빠르게 결정되는 곳이다 보니 일어난 단순 해프닝'정도로 보고 있다. 워낙 많은 기업이 입주하고 있고, 뜨고 지는 기업 또한 많다보니 이를 풍수지리설에 끼워맞춰 나온 이야기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믿을 지 말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승승장구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왕징소호는 풍수지리는 흉지가 아닌 명당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글 차이나랩 이은령

[출처 네이버중국]

[출처 네이버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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