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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로 반려동물까지 사망…치명적 건강 피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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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가습기메이트 사용 후 저산소증,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개 행운이. [특조위 제공]

2007년 가습기메이트 사용 후 저산소증,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개 행운이. [특조위 제공]

가습기살균제인 SK케미칼·애경의 ‘가습기메이트’가 반려동물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메이트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가정에서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이 사망하거나 호흡곤란, 폐 섬유화 등 심각한 건강피해를 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특조위는 지난해 8월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임상 수의사 등의 제보를 바탕으로 전국 대형 동물병원의 진료기록 분석과 보호자 환경 노출 조사를 해왔다. 조사 결과, 총 19가정 49마리의 가습기살균제 반려동물 피해 의심 사례를 발견했다.

특히, 19가정 중 가습기메이트만 사용한 가정은 2곳이었다. 한 가정에서는 사람 1명과 고양이 5마리가 건강에 피해를 봤고, 고양이 7마리가 사망했다. 또 다른 가정에서는 개 1마리가 사망했다.

특조위는 지난 2월 건강 피해를 본 고양이 5마리의 폐 CT 영상 촬영을 진행했다. 그 결과 폐 섬유화, 기관지확장증, 천식 등 사람에게 발생하는 것과 동일한 피해가 확인됐다.

특조위 관계자는 “반려동물은 사람과 신체 장기가 유사하며, 같은 생활공간에서 살지만, 일반적으로 호흡 독성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 및 피해 질환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메이트 위해성 증명” 

가습기메이트 사용 후 폐섬유화, 천식 확인된 고양이 구구. [특조위 제공]

가습기메이트 사용 후 폐섬유화, 천식 확인된 고양이 구구. [특조위 제공]

가습기메이트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각각 원료를 제조하고 판매한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다. 피해신고자는 1370명으로 옥시의 ‘옥시싹싹’ 다음으로 많다.

그러나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가습기메이트의 인체 위해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한 시정명령등취소청구소송에서도 정부가 진행한 동물실험에서 가습기메이트의 위해 가능성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조위는 이번 조사에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사람에게서 나타난 것과 동일한 피해가 개와 고양이에서도 나타났기 때문에 가습기메이트의 인체 위해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가습기메이트의 위해성이 사람과 동물 모두에서 교차 확인된 만큼 검찰은 관련 증거자료를 가습기메이트 제조·판매사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수사에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수의임상포럼(KBVP)은 24일 오전 10시에 건국대학교 산학협동관에서 ‘원헬스 심포지엄’을 열고 가습기메이트에 노출된 사람과 고양이의 폐 CT 영상을 비교하는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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