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창기 원사, 고 최한권 상사, 고 이상민 병장”
22일 열린 자유한국당의 의원총회는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연평도에서 순직한 장병들을 기리는 간이 추모식처럼 진행됐다. 2016년 정부는 이들을 기리기 위해 매년 3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지정했다.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선 한국당 의원들은 입구에서 천안함 추모 배지를 나눠 받아 착용한 뒤 입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오늘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서해상 북한 도발에 맞서 싸운 영웅의 넋을 추모하고 헌신의 정신을 기리는 날”이라며 “조국을 시키다 사망하신 호국영령들의 안식을 바란다. 더 강한 안보, 진정한 평화, 자유민주주의 수호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도 서해수호의 날에 참석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은 최고의 국군통수권자고, 최고 사령관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서해를 외면한다. 왜 그렇겠나. 결국 북한 눈치 보기다. 어떠한 안보관을 가졌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께 정말 간곡하게 부탁한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대한민국 안보를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야권은 문 대통령의 2년 연속 서해수호의 날 행사 불참을 강하게 성토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한다고 한다”며 “문재인 정권 아래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누구로부터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허탈감이 싹튼다. 호국 영령들이 탄식하는 소리마저 들린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21일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올해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안 오신다고 하고 국방장관은 서해에서 산화한 장병들을 능욕하고 있다”며 “야당이라도 굳건히 나라를 지키신 분들에 대한 예우를 갖추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대해 적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대구로 가는 길, 마음 한 쪽은 서해로 향했습니다”라며 “우리는 그 어떤 도발도 용서할 수 없으며 힘에는 힘으로 더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다. 그러나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어떤 순간에도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평화의 바다가 용사들의 희생 위에 있다는 것을 가슴에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중으로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 장관은 서해수호의 날과 관련해 서해상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충돌이라고 답했다”며 “북한의 도발은 온데간데없고 쌍방과실에 의한 충돌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국방부장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가 안보의 책무를 저버렸고, 장관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한 인식과 발언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남북간 평화 분위기 조성을 강조했다. 이해찬 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목숨을 바쳐 바다를 지키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지금도 서해 수호를 위해 헌신하는 장병에게 격려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그동안 금지됐던 서해 야간 조업이 55년 만에 허용됐다. 여의도 면적의 84배가 되는 큰 면적에 대한 어업이 허용됐는데, 우리 국민이 대단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서해가 평화의 바다가 됐다. 평화의 노력이 진정한 안보”라고 강조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