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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지로 힘얻는 한사협 vs 지회장 사퇴로 힘잃는 한유총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일 한국유치원총연합(한유총)이 개학을 연기하며 정부 지침 반대 투쟁에 나선 가운데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한 유치원 문이 굳게 닫혀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 3일 한국유치원총연합(한유총)이 개학을 연기하며 정부 지침 반대 투쟁에 나선 가운데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한 유치원 문이 굳게 닫혀있다. 김상선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와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가 서로 엇갈린 길을 가고 있다. 한유총은 법인 취소 절차와 더불어 소속 지회장까지 사퇴하며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반면 한사협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공식 대화 파트너로 인정받으면서 대표성을 확보해 가고 있다.

 22일 한유총에 따르면 박진원 인천지회장은 20일 열린 인천지역총회에서 사퇴 입장을 발표했다. 인천지회는 29일까지 차기 지회장 후보 신청을 받고, 다음 달 9일 투표를 실시한다. 김철 한유총 정책홍보국장은 “(박 지회장이) 어제 전화가 와서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내분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지회장의 사퇴는 한유총 지도부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은 26일 이덕선 이사장의 후임을 선출한다. 현재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동렬 수석부이사장이 단독후보로 출마한 상태다.

 김 후보자는 이덕선 이사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일 때 부위원장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함께 일했다. 출마 당시 그는 “사립유치원에 국가가 비리 프레임을 씌워 적폐로 만들었다, 이덕선 이사장을 보좌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어달리기’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 공약으로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수정 보완, 사립유치원의 재산권 보호 등을 제시했다.

지난 3일 한유총 기자회견회견에서 허리를 숙인 이덕선 위원장. [중앙포토]

지난 3일 한유총 기자회견회견에서 허리를 숙인 이덕선 위원장. [중앙포토]

 그러나 한유총 일각에서는 또 다시 ‘강경파’ 지도부가 구성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다. 실제로 이번에 사퇴한 박 지회장은 지난 4일 ‘개학연기’ 투쟁을 반대했던 ‘온건파’로 알려져 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장은 “‘개학연기’ 투쟁 이후 한유총에 등을 돌린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유총의 법인 취소 절차를 진행중인 서울시교육청이 28일 청문회를 개최한 이후에는 회원들의 이탈이 가시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5일 시교육청은 한유총에 법인설립 취소를 통보한 바 있다. 한유총과 대립각을 보이고 있는 한사협의 관계자는 “한유총을 탈퇴하고 한사협과 뜻을 같이 하겠다는 분들이 많다, 이번에 사퇴한 한유총의 인천지회장도 우리와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사협은 온건 성향의 사립유치원장들이 지난해 12월 한유총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새로 설립한 단체다. 회원 수는 한유총의 4분의 1가량(700여명)밖에 안 되지만 서울 지역 유치원장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박영란 한사협 이사장은 한유총에서 서울지회장을 맡고 있었다.

지난 3일 한유총 개학연기 입장에 강경 대응키로 한 수도권 교육감들. [연합뉴스]

지난 3일 한유총 개학연기 입장에 강경 대응키로 한 수도권 교육감들. [연합뉴스]

 그러나 출범 후 한사협은 투쟁 일변도의 한유총과 달리 교육부·교육청과 꾸준히 대화했다. 특히 21일 서울시교육청이 사립유치원 교사의 처우개선비를 다시 지급키로 결정을 내린 데는 한사협의 역할이 컸다. 당초 시교육청은 지침을 이행하지 않는 사립유치원에는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었다.

 임병하 한사협 대변인은 “지난 달 26일 조희연 교육감을 만나 처우개선비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밝히고 이달 13일에도 교육청을 방문해 거듭 지원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한사협을 정식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부터 한사협은 정부의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강화특별위원회 정례회의에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한사협이 제안한 ‘공적 적립금’ 제도는 교육부에서도 실행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이는 사립유치원이 시설료를 받아서 이윤의 형태로 개인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건물 보수, 통학버스 구입과 같은 교육적 목적으로 적립하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건물 개·보수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미리 적립금을 쌓아놓자는 취지는 합리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만·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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