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배안에 거즈, 다른 환자 수술, 이미 마취했는데 장비 고장, 황당한 의료사고 333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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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장면.[중앙포토]

수술 장면.[중앙포토]

담석 제거 수술을 하고 배 안에 거즈를 넣고 봉합했다가 재수술해서 꺼내는 등의 황당한 의료 사고가 수백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술 사고가 끊이지 않자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21일 전국 의료기관에 환자 안전 경보를 발령했다. 이 경보는 2017년 8월 시행한 환자안전법에 따라 환자에 위해가 발생할 경우 발령한다.

 인증원은 2016년 7월~2018년 12월 수술 후 안전에 위해가 발생한 황당한 사고가 333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수술 후 배 안에 의료기구나 재료를 두고 봉합한 경우가 48건, 다른 환자를 수술하거나 검사하고 수혈한 경우가 161건에 달한다. 검체 표시를 잘못한 사고가 74건이다.

 거즈를 배 안에 두고 봉합한 사고는 지난해 8월 발생했다. 담석 제거 수술을 하면서 배 안에 거즈를 두고 봉합했다. 다음날 환자가 복통을 호소하자 복부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거즈가 남은 게 의심됐다.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이를 확인했고 재수술을 해서 거즈를 제거했다. 수술 후 거즈 개수를 확인하지 않는 바람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 수술을 하면서 의료장비가 고장이 났고, 수리를 의뢰해야 했는데 깜박했다. 다음날 다른 의료진이 환자를 수술하려고 마취한 후 장비를 쓰려다가 고장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장비를 대체할만한 장비가 없어서 수술을 연기했다. 마취 환자만 고생한 꼴이다.

 2017년 8월 유방암 수술을 하다 오른쪽 유방에서 검체를 채취해 검사실로 전달하면서 왼쪽으로 잘못 기재했다. 다행히 의사가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하면서 좌우가 바뀐 사실을 알게 돼 수술 부위가 바뀌지 않았다. 검체를 분실하거나 개수를 잘못 샌 경우도 있었다.

 인증원은 수술이나 시술 후 안전 체크리스트를 제대로 확인하면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권고했다. 수술에 참여한 의사·간호사 등의 의료진이 ▶수술명·시술명 ▶기구·거즈·바늘·스펀지개수 확인 ▶검체 채취 후 라벨 확인 ▶의료장비 개선 등을 구두로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인증원은 세계보건기구(WHO) 수술 안전 점검표를 바탕으로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의료기관에 공개했다.

 예를 들어 수술실에서 나오기 전 간호사가 환자 이름과 등록번호, 수술명, 수술 개수 계산, 검체 개수와 종류, 장비 이상 유무 등을 물으면 의사가 답변하면서 체크한다.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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