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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부끄럽게 한 11세의 '노키즈존' 질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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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수군(왼쪽)과 그가 지난해 11월 쓴 일기. [사진 SBS·인스타그램]

전이수군(왼쪽)과 그가 지난해 11월 쓴 일기. [사진 SBS·인스타그램]

동화 작가 전이수(11)군이 아이와 양육자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을 찾았다가 출입을 거부당한 사연을 쓴 몇달 전 일기가 뒤늦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공유되면서 화제다.

[사진 전이수 인스타그램]

[사진 전이수 인스타그램]

제주도에 사는 전군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동생 우태(10)군의 생일을 맞아 제주도 한 식당에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가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일을 적은 일기를 올렸다. 제목은 ‘우태의 눈물’이다.

전군 일기에 따르면 전군 가족은 동생 생일인 지난해 11월 19일 스테이크를 먹으러 이전에 맛있게 먹었던 레스토랑을 가족과 함께 다시 찾았다. “우태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 1시간 거리에 먼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사실을 내가 더 기다렸다. 우태는 가는 내내 콧노래로 신나 있었고 나 또한 그랬다.”

전군 가족은 레스토랑에 도착했지만 입구에서 출입이 금지됐다. 레스토랑이 ‘노키즈존’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군은 일기에 레스토랑 직원이 “여기는 노키즈존이야. 애들은 여기 못 들어온다는 뜻이야”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우리는 밥 먹으러 왔다니까요. 오늘 제 동생 생일이거든요”라는 전군 말에 레스토랑 직원은 “여기는 너희는 못 들어와. 얼른 나가!”라며 재차 전군 가족의 입장을 거부했다.

결국 전군 가족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전군은 “밖으로 나와 우태를 보니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다”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태의 슬픔은 내 마음도 엄마 마음도 아프게 했다”고 썼다.

전군은 “어른들이 조용히 하고 싶고 아이들이 없어야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어른들이 편히 있고 싶어하는 그 권리보다 아이들이 가게에 들어올 수 있는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군은 “그 어린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이유를 들며 “어른들은 어른들도 그 어린이였다는 사실을 잊고 있나 보다”라고 했다.

전군은 이 일이 있기 얼마 전에 봤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유대인인 주인공 아이가 “아빠, 왜 개와 유대인들은 가게에 들어갈 수 없어요?”라고 묻는 장면이 떠올랐다면서 노키즈존이 아동에 대한 차별임을 시사하고는 우는 동생의 얼굴의 그림으로 일기를 마쳤다.

전군이 올린 이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21일 기준 댓글 370여개가 달렸다. “먼저 어른이 됐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의 당연한 권리를 제한해서 미안하다” “노키즈존으로 피해를 보는 건 아동이다”처럼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상처를 줘 미안하다는 내용이 다수다.

[사진 SBS 방송 캡처]

[사진 SBS 방송 캡처]

전군은 8살 겨울방학 때인 2017년 11월 첫 동화책 『꼬마악어 타코』를 펴냈다. SBS 프로그램 ‘영재 발굴단’에 출연하며 유명해졌다. 그는 2017년 방송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답장을 받은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전군에게 보낸 편지에서 “글솜씨와 그림 솜씨가 정말 훌륭하다. 세계적인 문학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전군을 격려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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