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 UN 주재 북한 대사들 급거 귀국,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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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이 "북미 협상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유엔 주재 대사를 급거 귀국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와 김형준 주러 북한 대사,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이날 오후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고려항공 JS-152편을 타고 평양으로 향했다.

19일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오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거쳐 북한에 귀국했다고 일본 NHK가 보도했다. [사진 NHK 웹사이트]

19일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오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거쳐 북한에 귀국했다고 일본 NHK가 보도했다. [사진 NHK 웹사이트]

북한이 비핵화 협상과 연관된 주요국 대사들을 불러들인 건 지난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협상 중단" 언급 직후 나흘 만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최근 해당국 분위기를 파악하고, 향후 대응 방향 모색과 지침을 하달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이 최근 철저한 대북제재 이행과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항에는 지재룡 대사와 김형준 대사, 김성 대사를 포함한 북한 외교관 10여명이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오늘 주중 및 주러 북한대사와 유엔 주재 대사가 북한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해마다 열리는 재외 공관장회의를 위해 외교관들이 귀국하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베이징에서 움직이지 않던 지재룡 대사와 김현준 대사, 여기에 김성 대사까지 평양으로 갑자기 들어간다는 것은 북한 내부에서 북미 관계와 관련해 뭔가 중요한 논의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성 대사는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유엔의 대북 제재로 당초 오는 9월 북한에서 예정된 유엔 산하 기구 국제회의를 주최하지 못하게 됐다고 반발하며 제재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중국 또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있어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어 지재룡 대사의 역할 또한 적지 않다. 아울러 이들의 평양행을 놓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의 뒤 기강을 잡기 위한 재외 공관장 회의를 소집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편, 북한과 미국은 이날 스위스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프로그램 중단 문제를 놓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양측이 한 자리에서 격돌한 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일림 포블레티 미 국무부 군축ㆍ검증ㆍ이행 담당 차관보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국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모든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만이 북한이 안전, 번영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용철 북한 제네바대표부 참사관은 “15개월 동안 핵실험, 미사일 실험을 중단했는데도 전면적 제재가 유지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북미 간의 문제들은 신뢰 구축을 위해 한가지씩(one-by-one) 다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이 비핵화 전에는 제재 완화가 불가능하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제시했다”며 미국 접근 방식을 비난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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