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과거정부 문제"라더니···조국 책임론 불거진 버닝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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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버닝썬’ 사건에 연루된 윤 모 총경에 대한 경찰 수사 때문에 당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빅뱅의 멤버 승리와 가수 정준영 등과의 유착 의혹을 받는 윤 총경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재직 중에도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과 골프를 치면서 관계를 유지한 사실이 드러났다.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왼쪽)와 이성과의 성관계를 불법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30)이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왼쪽)와 이성과의 성관계를 불법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30)이 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윤 총경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입장을 내지 않겠다”며 입을 닫았다. 이같은 청와대의 신중한 반응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긴급 지시와 관련이 있다.

문 대통령은 18일 박상기 법무ㆍ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보고를 받은 뒤 장자연ㆍ김학의ㆍ버닝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해당 사건을 “범죄 행위 시기와 유착 관계 시기는 과거 정부 때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도 유착관계가 지속됐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윤 총경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2017년 7월부터 1년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 근무를 했다. 문제가 된 골프 회동 등은 이때 이뤄졌다. 버닝썬이 영업을 시작한 시점도 2018년 2월로 윤 총경이 민정수석실에 있을 때였다. 윤 총경이 파견 기간인 1년을 꽉 채운 뒤 경찰로 복귀했는데도 그 기간 동안 민정수석실은 윤 총경의 비위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관련 보고를 받고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민정수석실이 인사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고 조국 민정수석의 도의적 책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수사 기관의 파견자의 경우 해당 기관에서 추천을 하면 범죄 기록 등을 확인한 뒤 임명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경찰이 비위에 연루된 인사를 추천해 청와대에 파견했다는 사실이 오히려 수사기관에 대한 개혁이 절실하다는 것이 역으로 증명된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앞으로 윤 총경의 불법 행위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민정수석실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이날 윤 총경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조국 민정수석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전 열린 차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전 열린 차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수석은 윤 총경 사건 이전에 발생한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이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 아주 크다. 이 사태를 정확히 수습하는 것이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관리 책임에 대해 사과한 적이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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