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맞고도 물량공급에 "허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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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는 올들어서만 3, 5, 6월의 세차례에 걸쳐 건자재수급안정 특별대책회의를 열였다. 같은 현안을 놓고 세차례나, 그것도 「특별」자가 붙은 회의를 가진 일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수 없다.
그만큼 건자재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폭등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작년이후 공급물량이 절대적으로 달리는 양변기등 위생도기 10만조를 긴급 수입키로 했다. 이와 함께 특별외화대출 자금지원을 통해 15만조 규모의 위생도기 생산시설을 지원키로 했다.
작년에 15만조 이상의 수입을 통해 그것도 겨우겨우 필요한 물량을 메워 왔지만 올들어서도 여전히 수요를 충족시킬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능공확보 애로>
건설업계는 올해 위생도기의 수요가 62만조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 생산·공급이 가능한 물량은 잘해야 52만∼53만조에 그칠 전망이다.
연2년째 물건이 없어서 못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원천적으로 해결키 위한 뾰족한 방안이 나오지 못하고있는 것은 위생도기 산업이 장치산업이어서 신규참여에 목돈이 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기능공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대림과 계림요업이 양분하고 있던 위생도기시장에 올해부터 동서산업이 뛰어들었으나 수율이 30%밖에 되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점이 바로 기능공을 확보하지 못해 빚어진 현상이다.
연산 10만조의 시설을 충남 아산에 갖춘 동서는 내년중 생산능력을 배로 늘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청사진은 올해안에 수율을 80%선까지 끌어올려야만 가능하다는게 이회사 영업본부 한운영부장의 설명이다.
동서는 아산공장건설에 1백억원을 투자, 통상 2∼3년씩 걸리는 기능공양성기간을 최대한 당기는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당분간 수율저조에 따른 적자는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동서가 이방면에 「과감한」 투자를 하게된 것은 무엇보다 모기업인 현대그룹 자체 수요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분당·일산의 신도시건설등 92년까지 정부가 목표로 하고있는 2백만가구 주택건설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위생도기시장은 앞으로 수년간은 호황을 누릴 전망이어서 동서의 신규참여가 발빠른 행마였음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작년부터 물건이 없어 못파는 호황속에서 노사분규로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었던 국내최대의 위생도기메이커 계림요업은 올봄부터 분규가 타결돼 연산20만∼24만의 라인이·풀가동중이며, 대림요업도 13만∼15만조의 능력을 갖춘데다가 내년중 시설을 배가할 계획.
그러나 기능공 확보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하는 일이 급선무여서 선뜻 이 계획을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3대 메이커외에 중소기업인 세림요업이 연산8만조 규모의 공장을 갖고 있긴 하나 비KS품인데다가 자금력이 달려 고전하고 있다.
한편 국산제품의 절대물량부족에 따른 외제 위생도기의 수입은 작년부터 계속되고 있는데 올들어서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20%이던 관세가 5%의 할당관세로 적용되기 시작한 지난 3월이후 2개월동안에 만4백40만달러어치가 수입돼 작년 같은 기간의 3배를 훨씬 웃돌고 있다.

<할당관세율 내려>
그러나 수입품은 고가품인 일제를 빼놓고는 미국·태국등에서 들여오는 제품의 질이 국산보다 떨어지는데다가 규격마저 달라 소비자들로부터 별로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에도 위생도기시장은 구득난이 여전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업계는 이같은 위생도기의 수급불균형 책임이 많은 부분 정부당국에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백만가구 주택건설등의 정책입안과정에서 국내건자재 생산능력등을 당연히 고려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도외시, 수입은 수입대로 하면서도 구득난은 해결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위생도기와 함께 올림픽특수에 힘입어 작년에 폭발적인 호황을 누린 타일업계는 기존업체들이 시설늘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내장타일쪽의 증설경쟁이 치열한 양상을 띠고 있는데 이 때문에 작년이후 지속되고 있는 구득난은 하반기에는 완전 해소될 전망이다.
동서산업은 연산 1백60만평의 생산능력을 갖춘 진주공장에 60만평시설을 하반기중 마무리지을 계획이며, 대림요업은 현재 연간 80만평의 생산시설을 내년에 추가로 더 설치할 방침.
또 그동안 소형타일(1백8×1백8㎜)만을 생산해오던 이화산업도 하남시에 있는 기존공장에 연산 80만평을 생산할수 있는 대형타일라인의 설치를 최근 마무리, 본격 가동중이다.

<대형타일에 눈독>
이밖에 대보요업과 극동요업이 기존 6개사에 참여를 선언, 각각 괴산과 인천에 연간 36만평씩의 내장타일공장을 실립중인데 9월부터는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같은 생산설비 신·증설로 국내의 연간 타일생산능력은 작년보다 4백만평이 늘어난 1천4백만평에 이르고 있는데 이 가운데 내장타일만 8백만평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의 대형타일 참여가 가열되고 있는 것은 시공비가 적게들고 외관이 돋보이는등 대형타일의 선호경향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게 대한도자기공업협동조합 이종원전무의 설명이다.
다만 대형타일에 급작스럽게 너나없이 뛰어들다보니 제품의 질을 좌우하는 금형산업이 이를 따르지 못해 품질향상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있다는 업계의 지적이다.
또한가지 이런 추세로 증설이 이뤄지면 연말부터는 공급과잉으로 제살 잘라먹기식의 덤핑경쟁도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건축경기는 3∼4년을 주기로 호·불황의 명암이 엇갈렸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시설확장경쟁은 뜻밖의 후유증을 가져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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