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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사태 여파 중국영화 "움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88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붉은 수수밭』(장예모감독)이 그랑프리를 받음으로써 중국영화는 갑자기 국제무대에서의 성가가 높아졌다. 그전에도 4년전 『황토』가 로카르노영화제 은상을 받았고, 다음해에는 『대열병』(모두 진개가감독)이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특별상을 받은바 있다.
이렇게 이제 막 개화기에 들어간 중국영화가 최근 북경사태의 영향으로 새로이 동면시대를 맞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서방세계에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본영화계는 오는 9월29일부터 동경에서 열리는 제3회 동경국제영화제와 영 시네마대회의 심사위왼으로 중국의 오천명감독을 위촉토록 내정했고, 각 1개씩의 중국작품을 정식 출품토록 했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을수 없다.
또한 오는 11월1일부터는 일본내 중국영화 배급회사인 덕간커뮤니케이션 주최로 동경 이케부쿠로의 문예좌에서 황건신감독의 신작 『윤회』등 6개 작품을 상영하고 중국영화 감독·배우등을 초청한다는 계획도 있다.
그밖에도 일본측이 제작비의 절반을 출자키로한 장예모감독의 『어둠속의신음』(가제)이 이번 여름촬영에 들어갈 예정으로 있다.
사실상 최근 일본에서 처음에는 『영화를 통해 중국을 알자』등의 관심으로 출발, 지난해 초부터 여러편의 중국영화가 상영돼 인기를 모았다.
88년 봄까지 동경 이와나미홀에서는 사진감독의 『부용진』이 약20주동안 상영돼 7만8천명의 관객을 동원, 약6억5천만원의 흥행수익을 올리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현재는 88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그랑프리작 『붉은 수수밭』이 동경 시부야 미니 시어터에서, 88년 칸 국제영화제 정식출품작 『어린이들의 임금님』(진개가감독)이 롯폰기의 시네 비번등에서 인기리에 상영중이다. 적어도 일본에서는 북경사태등 정치정세가 증국영화 관람에 영향을 주는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의 내부 사정이다. 중국에서는 개방정책후 13개의 촬영소가 독립채산제로 영화를 제작해왔는데 중국으로서 부끄러운 부분을 예리하게 묘사하기도 하고 문혁을 비판하는등의 영화를 만들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데 중국의 영화 제작자들이 자율규제해 하찮은 영화만을 만들게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서방세계 영화인들의 우려인 것이다. 한예로 그동안 『황토』와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대열병』을 감독한 진개가감독은 집요한 인간 내면의 추구와 함께 강한 체제비판으로 눈길을 모아왔다.
그런데 과연 지금 국제사회의 비판의 과녁이 되고 있는 계엄령과 민주화 탄압으로 과거 영화제작자들의 작품제작 방향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돈황』을 중국에서 촬영했고 많은 중국인 친구를 갖고 있는 「사토」(주등순미)감독은 『중국인은 과거문혁의 폐해를 잘 알아 두번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나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분간 자유로운 표현은 규제될 것 같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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