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패스트트랙 태우면 탈당" 합의 4당 내부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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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밤 여야 4당이 ‘지역구 225석 + 비례대표 75석’에 50% 연동율을 적용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 개편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비상의총을 소집하며 총력 저지에 나선 가운데 4당에서도 내부 반발이 나와 개편안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국당은 18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전국 당협위원장들을 소집한 가운데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여권의 선거법과 공수처법·검경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력히 비난했다. 황교안 대표는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은 대한민국을 무너뜨릴 독재정권 3법”이라며 “민주당이 정파적 이익에 급급한 소수 야당들과 야합해 다음 총선에서 좌파 연합 의회를 만들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제 개편이 되면) 일자리는 사라지고 민생은 더욱 도탄에 빠져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행 지옥열차에 올라타게 될 것”이라며 “북한 퍼주기 예산을 막아내지 못해 북핵 폐기는 물 건너가고, 5000만 국민들이 핵 인질이 되고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공수처에 잡혀간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법은 최대의 권력거래, 권력야합”이라며 “어제 합의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유례 없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핵심은 좌파 장기 집권 플랜이며, 정의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라며 “평등선거에 위반되는 위헌적 제도다. 요건도 안 되는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제도도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는 건 날치기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교섭단체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도 이같은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운데)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 당협위원장들이 18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좌파독재 저지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318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운데)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 당협위원장들이 18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좌파독재 저지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190318

전날 합의에 참여한 4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쏟아졌다. 특히 바른미래당에선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패스트트랙이 강행되면 탈당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노선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의 룰이기 때문에 과연 한쪽 진영을 배제하고 패스트트랙으로 다수가 밀어붙이는 게 맞느냐 하는 반대 의견들이 있다. 3분의 1 정도가 반대하고, 그 중에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반 정도 된다”며 “일부 (패스트트랙에 태울 경우)탈당을 하겠다고 밝힌 의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중요 사안은 당헌당규에 따라 3분의2 이상 의원의 동의를 받아 당론으로 지정해야 하는데, 지난 의총에서 동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민주당의 타협안인 준연동제는 재추인을 받아야 될 정도의 제도 변화다. 선거를 앞두고 제도에 대한 불확실성을 만드는 건 국민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바른정당계 원외지역위원장 10명은 국회 정론관에서 성명을 내고 “패스트트랙으로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민주당 권력기관 장악의 들러리 역할을 할까 우려스럽다”며 “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원외위원장 총회를 소집하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한편 민주평화당 내부에서도 ‘특정 지역 의석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을 명확히 해야하는데, 지금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감축하고 농촌지역은 소선거구제를 하면서 선거구 축소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정치 발전을 훼손할 수 있고 지역 발전이 안 될 바엔 (선거제도)합의가 안 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김경진 의원은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패스트트랙에 함께 태우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을 사실상 기만하는 것이어서 동시에 패스트트랙을 태우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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