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계란 날린 10대 소년에 주먹질한 호주의원, 무슨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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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저 애닝 상원의원의 뒤통수에 날계란을 깨는 10대 소년. [호주 Channel 9 동영상 캡처=연합뉴스]

프레이저 애닝 상원의원의 뒤통수에 날계란을 깨는 10대 소년. [호주 Channel 9 동영상 캡처=연합뉴스]

뉴질랜드 테러 원인으로 무슬림 극단주의자 수용 이민프로그램을 지목한 호주의 상원의원이 10대 소년으로부터 날계란 세례를 받았다. 이 의원은 격분한 나머지 소년에 주먹을 날렸고, 이 모습은 호주 방송을 타고 고스란히 방송됐다.

16일(현지시간) 일간지 시드니 모닝헤럴드에 따르면 날계란 세례를 받은 주인공은 프레이저 애닝 호주 연방 상원의원이다. 그는 이날 멜버른에서 열린 극우집회 연설 뒤 기자회견 중에 소년에게 날계란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극우파로 불리는 애닝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 "뉴질랜드 테러의 진짜 원인은 무슬림 극단주의자를 수용한 이민 프로그램이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그는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인근에 서 있던 17세 소년이 애닝 의원의 뒤통수에다 대고 날계란을 깨버렸다.

격분한 애닝 의원도 참지 않고 주먹으로 소년의 뺨과 머리를 두 차례 가격했다. 곧바로 주변에 있던 애닝 의원 지지자들이 나서서 소년을 제압해 바닥에 눕혔다. 기자회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소년을 제압한 극우운동가들은 “이 사람들 내보내라, 마음에 안 들면 나가라”라며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두 사람은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소년은 일단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격분한 상태로 10대 소년의 얼굴을 가격하는 프레이저 애닝 상원의원[호주 Channel 9 뉴스 인터넷 동영상 캡처=연합뉴스]

격분한 상태로 10대 소년의 얼굴을 가격하는 프레이저 애닝 상원의원[호주 Channel 9 뉴스 인터넷 동영상 캡처=연합뉴스]

애닝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SNS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뉴질랜드 테러의 원인은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을 수용한 이민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같은 날 SNS를 통해 "극우 테러리스트에 의해 일어난 뉴질랜드 학살을 이민 때문이라고 하는 애닝 의원의 발언은 역겹다"라고 반박했다. 말콤 턴불 전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빌 쇼턴 야당 대표 등과 함께 작년 8월 프레이저 애닝의 의회 첫 연설을 비난한 적이 있다"면서 "증오를 부추기는 극단적인 견해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술집 경영자였던 애닝 의원은 2016년 연방 총선에서 극우 정치인인 폴린 핸슨의 원네이션당 퀸즐랜드주 상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겨우 19표를 얻어 낙선한 바있다.

그러나 상원의원에 당선된 같은 당 말콤 로버츠가 이중국적자로 의원직을 상실해 2017년 애닝이 상원의원직을 승계했다. 하지만 애닝은 이후 자신을 상원의원으로 만들어 준 원네이션당을 탈당, 이민 반대를 주장하며 독자적인 극우 행보를 해오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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