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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이 다른 길 가지 않도록···" 비건이 언급한 그 길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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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4일(현지시간) “북한이 다른 길을 가지 않도록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협조해 달라”고 밝혔다. 이날 중국과 러시아 등 15개 유엔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다. 비건 대표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회동에서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했다고 한다.

조태열 유엔주재 한국 대사가 14일(현지시간)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의 오찬 회동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오찬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사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사진 연합뉴스]

조태열 유엔주재 한국 대사가 14일(현지시간) 주유엔 한국대표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의 오찬 회동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날 오찬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사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날 회동에 참석한 관계자는 “(비건 대표가)현재의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북한이 도발하거나 다른 길을 가지 않도록 관여해서 프로세스가 재개되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가 언급한 ‘(북한의)다른 길’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단, 비건 대표가 “(북한과)외교는 넓게 열려 있다”라거나 “북한이 도발하거나 다른 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을 고려하면 ‘다른 길’이란 현재의 대화 기조와 다른, 즉 북한의 군사적 행동이나 핵ㆍ미사일 개발 강행을 통한 핵보유국 지위 확보 추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근 평북 동창리의 미사일 발사 시설을 복원하고, 평양시 인근 산음동 미사일 연구소의 분주한 움직임이 그동안 중단했던 미사일 발사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런 비건 대표의 언급을 뒷받침한다. 현재 북한과 미국은 모두 대화를 통한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 지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방법론과 각론에선 여전히 팽팽한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압박을 통한 북한의 ‘굴복’을,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라는 기존 입장 관철을 위한 다양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눈치다. 비건 대표가 국제사회에 협조해 달라고 한 것 역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나 러시아 등이 북한의 ‘뒷문’을 열어줄 경우 북한이 이를 믿고 협상의 길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새로운 길’을 언급했었는데, 비건 대표의 ‘다른 길’이 이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미국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려 들고 공화국(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나서되 일방적인 강요가 이어질 경우 핵보유국 지위 확보 등 ‘내가 갈 길’을 갈 수밖에 없으니 ‘좀 말려달라’는 취지였다. 북한 입장에선 2차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비핵화 주장했는데, 미국이 일괄타결을 요구하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일방적인 강요’로 해석한다면 새로운 길로 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우리에겐 시간이 없는데…”라고 한 것 역시 북한이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서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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