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사의를 밝힌 김진표 교육부 장관이 광화문 정부중앙청사를 나서고 있다. 안성식 기자
이로 인해 "교육정책의 혼란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비판받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 코드 맞추기 정책의 퇴장=김 부총리는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1년6개월간 '코드 맞추기 부총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자신의 발언을 수시로 뒤집는 등 정책 일관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의 이 같은 행보는 특히 청와대를 의식해서라는 지적이 많았다.
김 부총리 취임 당시 청와대는 "대학 개혁을 위해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을 골랐고 재계와 산업계 수요에 부응하는 수요자 중심 교육의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경제부총리 재직 당시 '자율과 경쟁'을 강조했었다. 그런 만큼 변화에 거부감이 큰 교육계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김 부총리는 2005년 대학 구조조정 및 통폐합, 국립대 법인화 도입을 추진했다. 변화를 모색하는 듯했다.
하지만 올 1월이 고비였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현 정부의 국정 지표가 양극화 해소로 정해지면서 교육정책의 기조도 여기에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자신의 발언을 많이 뒤집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립형 사립고를 20개가량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1월에는 "확대가 어렵다"고 말을 바꿨다.
취임 당시에는 "대학 자율성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올 3월엔 대학을 돌며 "내신 반영 비율을 50% 이상 높이라"고 압력을 가했다. 결정판은 이달 초 발표한 외고 입시제한 정책이었다. 김 부총리는 교육감 권한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2008학년부터 외고의 전국모집을 지역 단위 모집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한양대 정진곤 교수는 "코드 맞추기에 급급해 교육정책에 있어 일관성을 잃었고, 그 결과 교육현장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내가) 소신을 바꾸고 코드에 맞췄다고 혹평하지만 정책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선택한 것일 뿐"고 해명했다.
◆ 비판받은 이중성=외고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는 김 부총리의 이중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김 부총리는 "외고를 나와 어문계열이 아닌 다른 계열을 지원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 자신의 딸이 서울 D외고를 나와 경영학과에 진학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일부에선 "현 정부 인사들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식의 태도"라고 비판했다.
김 부총리의 퇴장 후 산적한 교육 현안들이 제대로 풀릴지는 미지수다. 2008학년도 대입제도 확정, 교원평가 전면 도입, 교장 승진제 도입 등 어느 것 하나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전교조 등 교원노조는 현 정부와의 한판 대결도 불사하고 있다. 후임자로 알려진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노무현 정부의 코드를 상징한다. 이 때문에 어떤 리더십이 나올지 주목된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