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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선거제 개편안 따져보니…서울 7석, 호남 6석, PK 5석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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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선거제 개편안대로면 서울 7석, 호남 6석, PK 5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민주당과 야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내놓은 지역구 225석 개편안에 맞춰 시도별 의석수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지역구가 현재보다 28석이 줄어드는데 서울과 호남이 그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범진보진영이 추진하는 선거제 개편안이 아이러니하게도 상대적으로 우위인 지역 기반을 위협하는 셈이다. 특히 호남 지역의 민주평화당 의원들은 피튀기는 경쟁을 해야 한다.

이 시뮬레이션은 지난 1월 말 확정된 시도별 인구 수를 기준으로 했다. 총인구수를 지역구 수로 나누면 평균 인구수가 나온다. 민주당 안대로 지역구가 225석이라면 평균 인구는 23만340명, 한국당 안대로 지역구가 270석이면 19만1950명이 된다. 시도별 인구수를 이 평균 인구수로 나누면 각 시도별로 의석 배분이 어떻게 되는지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 권역별로 도출되는 국회의원 의석 수를 현재 상태와 비교했다. 시도별 의원정수는 소수점 두자리 반올림을 원칙으로 하되 총의석수가 1석 넘치게되는 건 미세조정으로 맞췄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4당 원내대표들이 11일 서울 여의고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선거제도 개편 단일안 및 패스트트랙에 함께 올릴 법안 협상 회동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뉴스1]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4당 원내대표들이 11일 서울 여의고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선거제도 개편 단일안 및 패스트트랙에 함께 올릴 법안 협상 회동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부터 김관영 바른미래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뉴스1]

분석 결과 민주당안대로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이 된다면 영남권에서는 PK(부산ㆍ울산ㆍ경남) 5석, TK(대구ㆍ경북) 2석 등 7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자유한국당이 강세인 강원 지역은 1석이 줄어드는데 그쳤다. 반면 충청권(대전ㆍ충북ㆍ충남ㆍ세종)은 4석이 줄었다. 경기도는 3석이 줄고 인천은 원래 늘어나야 할 지역구가 유지되면서 큰 타격은 없는 셈이 됐다.

반대로 한국당이 주장하는 지역구 270석(비례대표 0석)은 어떨까. 현재보다 지역구를 17석이나 늘리는데도 유일하게 호남에서는 1석이 줄었다. 서울은 현재 49석에서 51석으로 2석 증가에 그쳤다. 보수의 텃밭인 TK는 대구 1석, 경북 1석 등 2석이 증가했고, PK와 인천, 충청권도 각각 2석씩 늘었다. 경기도가 60석에서 68석으로 가장 증가폭이 컸다. 지역구 출마를 노리는 이들에게는 한국당안이 훨씬 유리한 셈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물론 실제 시도별 의원정수를 정할 때에는 도시와 농촌간 균형 등 여러가지 요소가 반영되기 때문에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통상 국회 정치개혁특위같은 기구에서 각 시도별 의원정수를 배분한 후 선거구획정위원회로 보내면, 획정위에서 이 수치에 맞게 선거구를 나눈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선거구별 인구편차 2대1을 충족시키는 인구범위 내에서, 또 광역자치단체 범위 내에서 선거구를 떼었나 붙였다 해보는 방식이다. 선거구획정위의 계산방식에 따르면 225석안의 경우 상한인구 30만 7120명, 하한인구는 15만 3560명이다. 270석의 경우엔 상한 25만5933명, 하한 12만7967명이다.

지난 19대 국회 정개특위 관계자는 “실제로 시도별 의석수를 정할 때는 기계적으로 시도별 총 인구수 나누기 전국 평균 인구수를 하진 않는다. 예를들어 상한인구 18만, 하한인구 14만명 내에서 정해야 한다면 서울은 총인구수를 18만명으로 나누고, 전북은 총인구수를 14만명으로 나누는 식“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전북, 전남에는 1석씩 더 배분이 되는 등 '농촌 가중치'가 작동한다는 얘기다. 도농 균형발전을 위해 불가피하다지만 예측 가능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다소 기계적인 이번 시뮬레이션은 지금의 인구 상황에서 의석 수가 달라졌을 때 지역 대표성에 어느 정도 변화가 있는지를 가늠해 보는 의미가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선거제 패스트트랙 마감시한'을 앞두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당 소속 의원들과 긴급 회의를 마치고 당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나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내각제 국가에 어울리는 법안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맞지 않는 법안이라고 말했다.[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선거제 패스트트랙 마감시한'을 앞두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당 소속 의원들과 긴급 회의를 마치고 당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나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내각제 국가에 어울리는 법안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맞지 않는 법안이라고 말했다.[뉴스1]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과 민주당은 지역구 225석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워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원직 총사퇴를 걸고 이를 저지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패스트트랙은 최장 330일이 소요되지만 민주당은 내년 4월 총선 한두달 전에만 선거법이 확정돼도 실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9대 국회에서는 선거일 50일 전에 선거법이 합의됐다.

국회 관계자는 “결국 선거제 개혁이 무산될 경우 서로를 탓하기 위한 액션일 수도 있다”며 “서울·호남 지역구가 대거 줄어드는 방향이라면 민주당 내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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