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충격적인 ‘버닝썬’ 사태, 연예계 자정 전기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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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인 승리가 사내이사로 있던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태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해외투자자 성 접대 혐의를 받는 승리는 10일 입건됐다. 11일에는 가수 겸 방송인인 정준영이 승리와의 단톡방에 성관계 불법 촬영 동영상을 올린 것이 폭로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3개월 전 클럽 내 폭행사건과 이에 대한 경찰의 ‘클럽 봐주기’ 수사 논란에서 시작된 사태가 승리의 성 접대 연루, 정준영의 불법 촬영물 공유 수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메가톤급 연예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도 보인다. 대중의 충격과 분노는 크다. 이들이 단톡방에서 여성을 물건 대하듯 나눈 대화들은 차라리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성접대 연루, 불법 촬영 동영상 유포, 마약 등 수사 #대중의 사랑 받던 아이돌 스타들의 충격적인 민낯 #최악 스캔들 확대 … 스타의 사회적 역할 각성해야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빅뱅의 막내인 승리는 사업가로 변신해 ‘위대한 승츠비’라는 별명을 얻으며 사랑을 받아 왔다. TV 리얼리티 프로나 연예 매체를 통해 열정의 사업가, 통 큰 갑부로 소개됐다. 젊은층의 선망을 받고, 롤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 ‘위대한 승츠비’의 실체가 최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향락산업, 그것도 마약류 유통, 성범죄와 연루된 검은 비즈니스였음이 까발려지고 있다. 버닝썬 안에서 여성 고객에게 속칭 ‘물뽕(데이트 강간 약물)’을 몰래 타먹이고 성폭행하는 일이 조직적으로 벌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승리는 그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은퇴를 선언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안이 너무나 커 연예계 은퇴를 결심했다. 국민 역적으로까지 몰리는 마당에 YG와 빅뱅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저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는 요지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사과와 반성의 메시지가 없어 빈축을 샀다. “은퇴가 아니라 퇴출이 맞다” “한때 팬이었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등 분노의 댓글이 달렸다. 처음에 승리의 카카오톡 문자를 조작이라고 반박했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에도 불똥이 튀었다. 주가마저 휘청했다. 국내 상황이 실시간 전파되는 해외 팬들의 충격도 크다. 약과 섹스에 탐닉하는 서구 아티스트와 달리 도덕적 청정함을 내건 한류 자체의 이미지 손상도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승리의 단톡방에 올라온 정준영 불법 촬영물 유포는 더욱 충격적이다. 무려 10여 명의 여성이 피해를 보았다고 하니, 명명백백하게 파헤쳐야 한다. 정준영은 과거에도 유사한 불법 촬영 혐의를 받았으나 유야무야됐다. 함께 이름이 거론되는 다른 연예인들에 대해서도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해야 한다. 한국에서 인기 연예인·스타는 단순히 유명인을 넘어 사회적 영향력이 높고, 특히 청소년층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집단이다. 국내외의 사랑과 엄청난 부를 거머쥐는 만큼, 그에 따르는 사회적 역할도 자각해야 마땅하다. 각종 물의 연예인이 시청률을 위해 슬그머니 컴백하면서 도덕적 면죄부를 남발하는 일도 중단돼야 한다. 이번 승리 스캔들은 지난해 유명 연예인들에 대한 ‘미투’ 폭로 사건만큼이나 대중에게 충격과 배신감을 안겼다. 엄정한 수사와 연예계의 뼈아픈 자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