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경원 내려가” “야당 입 틀어막냐”…국회 40분 아수라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12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파행으로 얼룩졌다. 나 원내대표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말하자 더불어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과 전재수 의원 등 친문 의원들이 일어나 “무슨 소리 하는 거야”라고 고함을 쳤다. 10여 명은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나 원내대표는 “외신 보도의 내용”이라고 해명했지만 소동은 가라앉지 않았다.

나경원 교섭단체 대표 연설 파행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홍영표 등 단상 올라가 고성 #문희상 “말 안 되는 얘기도 들어야”

연설 초반부터 시작된 본회의장 소란은 10시32분쯤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3당 원내지도부가 문 의장을 찾아가 각각 항의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어나 “나경원 내려가” “사과하세요” 등 야유를 쏟아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당 자격이 없어요. 뭐하는 겁니까. 질서를 지키라고요”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야당의 입을 틀어막냐”고 소리를 질렀고, 장석춘 의원 등 일부 한국당 의원은 민주당 쪽으로 이동해 항의하기 시작했다. 단상에선 홍 원내대표와 이철희 의원, 권성동 한국당 의원 등이 뒤엉켜 난장판이 됐다.

10시40분쯤 나 원내대표가 연설을 이어가자 민주당에선 다시 야유가 쏟아졌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이 시간은 야당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야당 원내대표 이야기도 듣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독선과 오만”이라며 “제발 제 원고를 듣고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말씀은 정론관에 가서 하라. 제 연설을 마칠 때까지 내려갈 수 없다”고 버텼다.

관련기사

결국 문 의장이 나섰다. 문 의장은 “국회는 민주주의의 본령인데 이건 공멸의 정치다”며 “품격 있게 격조 있게 해야 한다. 참아야 한다.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얘기라도 듣고 그 속에서 타산지석으로 삼는 게 민주주의다. 평가는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볼 땐 상당한 논란 될 발언을 했다. 그러나 그걸 듣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우리 정치가 성숙하게 할 수 있다”며 나 원내대표에게 발언을 계속하도록 했다. 이때부터 분위기는 다소 진정됐고 나 원내대표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문 의장이 “논란 될 발언”이라고 말한 데 대해 “의장님 말씀에 일부 동의하지만 역시 민주당 출신 의장님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 뒤 나머지 연설을 이어갔다.

나 원내대표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조선반도 비핵화가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플랜이냐”며 “우리는 2월 28일 북한은 핵 폐기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미·종북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끄는 운동권 외교가 우리 외교를 반미·반일로 끌고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1시간10여분 동안 이어졌다. 30분 분량 원고임을 감안하면 40여분이 파행으로 얼룩졌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원내대표 연설에서 이처럼 파행을 겪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용 외신은 블룸버그 통신=나경원 원내대표가 인용한 ‘김정은 수석대변인’ 언급은 지난해 9월 26일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 보도에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됐다(South Korea’s Moon Becomes Kim Jong Un‘s Top Spokesman at UN)’는 제목의 기사다. 기사엔 “김정은이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동안 그에게는 사실상 대변인처럼 칭찬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북한 독재자를 자신의 국민에게 정상적인 세계 지도자로 묘사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유성운·한영익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