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18 살인 구속 후 23년, 다시 재판대 선 전두환···쟁점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가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인 2017년 5월 9일 투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 전 대통령이 11일 출석할 광주지법 법정 입구. 뉴시스. 프리랜서 장정필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가 제19대 대통령선거일인 2017년 5월 9일 투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 전 대통령이 11일 출석할 광주지법 법정 입구. 뉴시스. 프리랜서 장정필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일 뿐이다.”

전 전 대통령, 11일 오후 광주지법 출석 #96년 12·12, 5·18 내란·살인 후 23년 만 #연희동서 자택 차량이동…이순자씨 동석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2017년 4월 펴낸 『전두환 회고록』 제1권에서 주장한 내용(484p)이다. 그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1일 재판대에 선다. 그가 법정에 서는 것은 1996년 12·12 군사반란, 5·18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 23년 만이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재판 진행과정과 쟁점 등에 관심이 쏠린다. 광주지법은 “11일 오후 2시30분 201호 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만 사전에 방청권을 확보한 사람만 법정에 들어갈 수 있다. 재판부는 방청권 보유자(65명)를 비롯해 조비오 신부 유족과 5·18단체 관계자 등 103명만 법정 출입을 허용했다. 전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점 등을 고려해 법정 내부 촬영도 금지된다.

미리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재판 예상도. 오른쪽은 1996년 8월 열린 12·12와 5·18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혐의 선고공판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서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미리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 재판 예상도. 오른쪽은 1996년 8월 열린 12·12와 5·18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혐의 선고공판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서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재판 사진촬영 금지…법정엔 103명만

전 전 대통령은 재판 당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에서 승용차를 타고 광주지법으로 향한다. 전 전 대통령 측은 법원이 부인 이순자(80) 여사와의 법정동석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함께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은 10일 법정동 안팎에 포토라인 등을 설치했다. 11일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앞과 광주지법 앞에 경력을 투입한다. 5·18 단체들은 이날 재판을 앞두고 전 전 대통령의 속죄를 촉구하는 ‘인간띠 잇기’ 퍼포먼스와 5·18 사진 전시 등을 한다.

전 전 대통령은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조 신부는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가 기소됐다. 검찰은 2017년 4월 5·18단체와 조 신부 유가족의 고소를 토대로 수사한 끝에 전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기소된 후 건강상 이유와 관할지 이전 요청 등으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자 지난 1월 구인장을 발부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전두환 회고록』. 중앙포토

전두환 전 대통령과 『전두환 회고록』. 중앙포토

재판 쟁점, ‘5·18 당시 헬기사격’ 여부

이번 재판의 쟁점은 전 전 대통령이 ‘5·18 당시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쓴 회고록 내용의 허위성과 고의성 여부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이 이 내용이 허위 사실임을 알고도 고의로 썼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앞서 검찰은 5·18과 관련된 수사 및 공판 기록, 국가기록원 자료, 참고인 진술 조사 등을 통해 전 전 대통령의 주장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5·18 당시 헬기 사격은 2017년 1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와 지난해 2월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등의 조사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이에 5·18단체들은 “5·18 헬기 사격 진상과 최초 발포명령자 규명 등을 위해 전 전 대통령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가 출석할 광주지법 법정동 입구에 포토라인이 쳐져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씨가 출석할 광주지법 법정동 입구에 포토라인이 쳐져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검찰, 국과수와 5·18기록 등 토대로 기소 

법원 역시 『전두환 회고록』 내 ‘5·18 때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주장 등을 허위로 판단했다. 광주지법은 2017년 10월과 지난해 5월 『전두환 회고록』 제1권에 대한 출판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 당시 ‘해당 내용을 삭제하지 않고는 출판·배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회고록의 허위사실 적시는 5·18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