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지금 당장 기준금리 변경 필요 못 느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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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기준금리를 변경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8일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밝혀 #"인내와 관망 정책으로 가겠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8일 밤(현지시간)에 열린 스탠퍼드경제정책연구소 이코노믹 서밋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

유럽중앙은행(ECB)이 예고했던 금리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올해 말까지 ‘제로(0)’ 금리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직후에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파월 의장은 “일부 ‘교차 흐름’(cross-currentsㆍ경제적 위험)이 있지만, 지금 당장 금리 정책을 바꿔야 할 만큼 미국 경제에 심각한 경고 신호는 없다”면서 “Fed는 급작스러운 정책 변화보다는 인내와 관망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언급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오는 19~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실제 금리 인하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경기둔화 양상이 불거지고 있다. 파월 의장은 “경제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브렉시트와 미ㆍ중 무역분쟁 등으로 미 경제의 하방 위험은 커졌다”면서 “더 많은 경제지표를 봤을 때 6개월 전부터 세계 경제는 분명 둔화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상향 조정이 실패하면 미국 경제에 엄청난 위험이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여전히 실업률은 떨어지고 임금상승 속도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기 때문에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행돼온 통화정책 정상화는 후반부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통화정책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현재 2.25~2.50%인 기준금리에 대해 “현재 중립금리 범위내에 있다”고 거듭 확인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는 이상적인 금리 수준을 말한다.

이와 함께 파월 의장은 오는 4분기에 Fed의 대차대조표가 ‘뉴노멀(New Normal)’에 이를 수 있다면서, 그즈음에 보유자산의 매각 작업이 중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새로운 대차대조표 규모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는 클 것”이라고 밝혔다.

Fed는 2017년 10월부터 보유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시중에 넘치는 달러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양적 완화’의 반대 개념인 ‘양적 긴축’의 일환이다. 한때 4조5000억 달러에 달했던 Fed의 보유자산은 4조 달러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 이 같은 양적 긴축을 올해 말쯤 중단한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Fed의 금리 전망을 가늠케 하는 점도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앞으로 금리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점에 점도표가 시장에 혼선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전망은 적절하게 이해된다면 건설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안이지만,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쉽게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 개선방안을 Fed 내 분과위원회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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