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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해하기 힘든 정부 외교안보 라인 인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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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호 30면

어제 개각에서 가장 유감스런 대목은 부실한 외교·안보라인을 제대로 손보지 않고 대부분 유임시킨 것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기용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1년 10개월 재임 기간 중 정보력과 판단력 부족으로 비핵화·대일관계 등에서 적잖은 외교적 실패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사람은 회담 당일까지 미국 등 파트너들과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오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회담 결과를 낙관하고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의 서명식을 TV로 지켜보는 이벤트까지 준비했다가 취소한 데는 이들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다.

반면 비교적 평양의 속내와 워싱턴의 기류를 제대로 짚고 대북정책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평을 받아 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경질됐다. 대신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외교안보통일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이 그 자리에 지명됐다. 김 장관 지명자는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자해적 수단”이라 비판했고 지난 1월 신문 기고문을 통해 "지금이 바로 대북 제재 완화란 수단을 활용할 때”라고 주장했다.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추구한 현실주의자였던 조 장관 대신 ‘제재 무용론’을 외쳐온 캠프 출신 인사를 통일부 수장에 앉힌 셈이다. 미국의 반발도 아랑곳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제 해제를 강행하려는 ‘마이웨이’ 선언이 아닌지 의문이다.

워싱턴 기류는 갈수록 심상찮다. 미 상원의 대북정책을 주도하는 외교위원회 코리 가드너 동아태 소위원장은 그제 "지금은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최대 압박을 추구할 때”라며 "이는 평양의 행동에 변화가 없는데도 남북 협력을 열심히 추구하려 하는 우리 친구 한국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했다. 북한이 미사일 기지 복구 움직임을 보이는 마당에 경협 애드벌룬 띄우기에 나선 정부에 경고음을 낸 것이다.

여권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문 대통령이 북미 간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미국과의 소통에서 문제점을 드러낸 외교부 장관·안보실장은 유임하고, 제재 대신 경협을 앞세우는 인사를 통일부 장관에 기용하면 중재는커녕 평양의 오판과 워싱턴의 의심을 키워 사태를 꼬이게 할 공산도 있다. 정부는 워싱턴과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 압박 기조를 직시하고, 대북 정책 기조를 현실에 맞게 수정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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