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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 불만 톤 ↑…국무부 "금강산·개성공단 제재 완화 NO"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했다고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노동신문) 2019.3.1/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했다고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노동신문) 2019.3.1/뉴스1

 2차 북ㆍ미 회담 결렬 후 1주일, 미국의 톤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금 실망했다(a little disappointed)”라고 말했다.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은 데 대한 답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6일(현지시간)엔 동창리 복구에 대해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매우(very)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7일 발언은 실제로 "실망했다"며 수위를 높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보수정치행동회의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보수정치행동회의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여지도 남겨뒀다. “(북한의 동향을) 지켜보겠다”고 하면서다. 그러면서 “약 1년 이내에 여러분에게 알려주겠다”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년’이라는 장기적 시점을 언급한 것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처음이다. 북ㆍ미 회담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생각을 노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본격 시작되는 재선 레이스에도 북한 이슈를 끌고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AP통신 등 외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와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5일(현지시간)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결렬 후 열차 편으로 평양으로 출발해 도착(5일)한 시점과 겹친다.

 동창리 발사장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해 개발해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장이다. 대북 강경 모드가 완연한 미국은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 역시 7일(현지시간) 예정에 없던 익명 전제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열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북한과의 협상 최전선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이날 크게 두 가지 사안을 분명히 했다. 첫째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제재 면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의 동창리 복구 움직임에 대한 강온 메시지다.

 2012년 12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발사 모습. [연합뉴스]

2012년 12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의 장거리 로켓 '은하 3호' 발사 모습. [연합뉴스]

우선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에 대해 이 당국자는 “(관련 제재 완화 문제는 검토) 안 한다(No)”라고 잘라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하루 뒤인 지난 1일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다.

미 정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회동한지 하루 만에 나왔다. 지난달 28일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한 뒤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 남북경협사업을 통해 북미협상의 불을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미 정부의 반응은 이런 움직임에 정면으로 제동을 건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에 대한 제재완화로 비춰질 수 있는 그 어떤 움직임도 당분간 고려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친 셈이다. 한국 정부의 남북경협 의지와 미국의 반대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한 양상이다.

지난 6일 에어버스 위성 사진에 찍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수직 미사일 발사대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에어버스ㆍCSIS]

지난 6일 에어버스 위성 사진에 찍힌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수직 미사일 발사대가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에어버스ㆍCSIS]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또 제재 강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제재 확대 여부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것이지만, 지금 현 시점에서 제재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우리는 제재 이행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압박 전략은 유지될 것이며, 대통령이 결정한다면 제재들은 강화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또 "제재에 대한 회피가 일정 부분 이뤄지고 있다"며 선박 환적 감시 강화 등 제재 이행 단속을 강화할 것임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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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창리 복구 움직임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이에(동창리 복구 움직임에 대해) 익숙하며 잘 알고 있다.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며 “북한의 활동 의도를 좀 더 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견지했다. 그러나 곧바로 “북한은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과거의 나쁜 행실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실망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는데, 우리도 마찬가지로 인식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그들은 폐기 의지를 언급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행정부 이외에 의회에서도 대북 강경 분위기는 강화되는 분위기다.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 위원장은 이날 CSIS포럼에서 “북한은 핵 미사일·생물학·방사능, 화학 무기 프로그램 가운데 어떤 것이라도 폐기하기 위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며 “15개월 동안 핵 실험과 미사일 시험이 있었든 없었든 북한은 여전히 미국과 우리 동맹국들에 핵 위협으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가드너 위원장은 또 “즉시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강력한 군사 억지력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작년 12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로비에서 워킹그룹 2차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작년 12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로비에서 워킹그룹 2차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등과 워싱턴에서 협의 후 8일 새벽 귀국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공항에 서 기자들에게 “(하노이 회담이) 건설적이었다는 미국의 평가는 변함이 없다”며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앞서 지난 4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1.5트랙 대화 등의 추진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이 본부장은 이런 움직임 등과 관련해 기자들이 “워싱턴에서 북한에 전달할 메시지를 받아왔느냐”고 질문하자 “그런 건 없다”면서도 “기회가 되면 여러가지 북측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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