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권이 그를 쓴다, 재등용된 朴정부 장관 진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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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늘 최고 권력자의 눈에 든 정치인이었다. 판사 출신 특유의 차분함을 갖춘 데다 ‘자물쇠’라 불릴 정도로 입이 무겁다. 특히 자신의 색깔을 좀처럼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평가도 받는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경기고-서울대 법대-판사라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진 후보자는 1997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정책특별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02년 대선을 전후해서도 이 전 후보의 신뢰가 깊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4~2005년에는 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다.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직에도 오른다. 신임이 계속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까지 발탁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2013년 10월 기초연금법 수정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고 사표를 던졌다. 2016년에는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낙천되자, 결국 새누리당을 탈당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고 서울 용산에서 4선에 성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발탁에 대해선 ‘탕평 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진 후보자에 대해 ‘처세의 교과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문불출한 그는 사석에서 “정치적 휴지기에 있다”고 말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는 쓴소리를 했다. 가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 전망이 매우 어둡고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힘들다. 청와대도 알고는 있을 텐데, 정부나 청와대 인사들이 ‘에코 체임버(echo chamberㆍ같은 소리가 반복돼 증폭되는 현상)’에 갇혀서 다른 얘기를 안 듣다간 실패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진 후보자는 이날 오후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데에 대한 소감문을 내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제인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아울러 국민안전을 보장하고 편리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정책역량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후 기자회견에서 진 후보자는 “다음 선거는 안 나가야겠다 마음먹은 건 오래됐다. 마지막으로 국가를 위해서 봉사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탕평 인사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상당히 의외로 생각했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받게 돼서 그런 의미가 있나 생각하긴 했다”고만 답했다. 박근혜 정부 때와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는 “그때(박 정부)는 상당히 정치적인 입장에서 했던 것 같고, 이번엔 정계 떠나면서 나라를 생각하고 문재인 정부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는 마음과 자세로 임한다”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친박-탈박-복박-반박을 거쳐 한국당을 탈당한 진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관료로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가족은 의사인 부인 정미영씨와 1남 1녀가 있다.

김승현 기자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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