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유착 둘러싼 진실게임…'2000만원'의 실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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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을 중단한 강남 클럽 버닝썬 입구 [연합뉴스]

영업을 중단한 강남 클럽 버닝썬 입구 [연합뉴스]

경찰이 강남 클럽 버닝썬과 관련한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관련자들이 주고받았다고 알려진 ‘2000만원’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버닝썬 공동대표 이모(46)씨는 “강씨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고 알려진 반면 전직 경찰 강모(44)씨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다. 돈을 줬다는 사람은 있는데 받았다는 사람이 없는 '아이러니'다.

클럽과 경찰 간 유착 의혹은 경찰이 제일 역점을 두고 수사하는 부분이다. 경찰에 대한 신뢰 문제와 직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숙원 사업이던 수사권 조정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 초반 관련자들을 긴급 체포하고 진술을 확보하는 등 속도를 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 혐의를 입증할 주요 인물들이 진술을 번복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00만원’은 경찰 유착 의혹을 밝힐 핵심 증거다. 지난달 ‘버닝썬 이 공동대표가 전직 경찰 강씨를 통해 강남경찰서 현직 경찰들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경찰도 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강씨의 회사 직원 이모씨가 이 공동대표에게 돈을 받아 강씨에게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경찰도 "관련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며 수사에 진척이 있음을 내비쳤다.

강남 클럽 '버닝썬' 이모 공동대표 등의 지시로 현직 경찰관들에게 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이모씨가 4일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강남 클럽 '버닝썬' 이모 공동대표 등의 지시로 현직 경찰관들에게 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이모씨가 4일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최근 잇달아 경찰에 출석한 주요 인물들은 진술 번복을 거듭하고 있다. 뇌물 전달책으로 지목된 이씨는 당초 경찰 조사에서 돈을 건넨 사실을 인정했다고 알려졌으나 지난 4일 조사에 출석하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며 말을 바꿨다. 이씨는 버닝썬 이 공동대표로부터 2000만원을 건네받아 6개 금융계좌에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이 대표와 한 번 만났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2000만원이 100만, 500만, 500만, 300만, 340만원 등 분산 입금된 5개 계좌 중에도 경찰 명의는 전무하다”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버닝썬 이 공동대표의 진술 역시 바뀌고 있다. 이 공동대표는 지난달 25일 소환조사 때는 돈을 전달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서는 강씨에게 2000만원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강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하며 두 사람의 진술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강씨는 “2000만원은 이씨가 지어낸 금액”이라며 “이 공동대표 등이 공모해 그룹 빅뱅의 승리를 보호하고 금품을 받아낼 목적으로 지어낸 얘기”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유착 의혹을 받는 강남경찰서 수사관들도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일선 현장에서 정상 근무 중이다. 경찰 유착 의혹과 관련해 입건된 현직 경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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