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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 온 일가족과 연인 잃은 군인…"심신 장애로 조기 전역"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 20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 육군 모 부대 인근 460번 국도에서 발생한 김모 일병 가족과 여자친구 교통사고 현장. [춘천소방서 제공]

지난해 12월 20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 육군 모 부대 인근 460번 국도에서 발생한 김모 일병 가족과 여자친구 교통사고 현장. [춘천소방서 제공]

신병 수료식 날 면회 온 가족과 연인을 교통사고로 잃은 김모 이병이 지난달 전역했다고 육군이 7일 밝혔다. 육군 등에 따르면 김 이병은 '심신 장애'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고 두달 만인 지난달 25일 조기 전역했다.

김 이병은 지난해 12월 20일 강원도 화천에 있는 육군 7사단 신병수료식에 참석하고 돌아간 자신의 가족과 여자친구를 교통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었다. 이날 김 이병의 일가족과 여자친구는 김 이병 아버지(53)가 몰던 쏘렌토 승용차를 타고 귀가하던 중 화천읍 인근 도로에서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김 이병의 어머니, 누나, 여동생, 여자친구가 사망했다. 운전대를 잡았던 아버지는 다쳤다.

사고 직후 김 이병은 12일간의 위로 휴가를 얻어 사망한 어머니와 누나, 여동생, 여자친구의 장례를 치렀다. 이후 부대로 복귀한 김 이병은 해당 부대에 심신 장애 사유로 인한 전역 심사를 신청했다. 육군은 규정 및 제도에 따라 의무조사와 육군본부 전·공상 심의, 전역 심사위원회 전역심의(심신 장애) 등 절차를 거쳐 김 이병을 전역시켰다.

 지난해 12월 20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 육군 모 부대 인근 460번 국도에서 발생한 김모 일병 가족과 여자친구 교통사고 현장. [춘천소방서 제공]

지난해 12월 20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 육군 모 부대 인근 460번 국도에서 발생한 김모 일병 가족과 여자친구 교통사고 현장. [춘천소방서 제공]

김 이병이 겪은 참변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특히 여자친구의 소지품에는 김 이병이 부대 안에서 여자친구에게 쓴 편지 10여 통이 뜯기지도 않은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김 이병의 조기 전역을 청원하는 10여건의 글이 게시됐다. 청원을 게시한 이들은 "김 이병이 무슨 심정으로 나라를 지킬 수 있겠느냐"며 "정상적인 근무를 할 수 없고 오히려 보호가 필요한 김 이병에게 몇 주의 휴가가 아닌 조기 전역 조치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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