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비난 피하려 형사범 허울 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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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 정부가 최근 북경 사태 관련자들을 대량 공개 처형하는 것은 국내 사태의 조속한 평정을 위한 대 국민용 위협·경고 효과를 노린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이들을 방화 등 형사범으로 처리함으로써 정치적 박해·보복이라는 해외로부터의 비난에 대한 나름대로의 명분을 찾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의 냉정한 계산은 지금까지 처형된 27명의 신분과 죄명을 보면 더욱 뚜렷해 진다.
27명 가운데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던 학생들은 한 명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21일 상해에서 처형된 3명은 각각 양조공장·라디오 공장 노동자이거나 무직자였다. 이들의 죄는 열차를 방화, 시위대 6명을 사망케 했다는 것.
다음날 산동성 제남시에서 처형된 17명도 이 시의 지방 신문은 죄명을 강도·강간·살인 등으로 밝히면서 일반 사범으로 주장하고 있다.
또 같은 날 북경에서 처형된 7명의 신분도 민간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죄명은 계엄군 트럭방화·군수품 절도·계엄군 공격 등이다.·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해보면 표면적으로는 정치적 탄압이 아니라는 명분을 내세워 서방 국가의 민주화 요구 탄압이라는 비난을 약화시키려는 속셈임을 알 수 있다.
즉 중국정부는 민주화를 요구한 학생들에 대한 처형이 아닌 시위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폭란분자」들에 대한 처형을 하고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의도는 지난 4일 천안문 광장 유혈 진압직후 발표한 정부측 주장에도 담겨져 있다.
당시 정부는 민주화 요구 학생 시위대가 현수막을 흔들면서 평화적으로 해산했으며 「반혁명 폭란」은 북경 이외의 지역에서 괴한들이 계엄군의 무기를 탈취, 공산주의국가를 전복하려 했고 이들과의 전투에서 3백명이 사망했는데 계엄군이 절반이고 나머지는 괴한들과 구경꾼들이었다고 밝히면서 학생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물론 이 같은 발표는 수 많은 목격자들로 인해 거것으로 판명됐지만 순수하게 민주화를 요구한 학생들의 희생을 감추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대외적으로 충격을 주고 있는 잔인한 대량 공개처형 방법도 중국에서는 일반적인 처형방법으로 과거부터 행해져 오던 일이다.
군중을 모아놓고 사형 선고를 받은 죄인의 뒷목에 권충을 쏴 형을 집행하는 방법은 중국내에서는 악질범이나 정치범 처형의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으나 국제 사면 위원회 소속 인권 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83년부터 시작돼 85년까지 계속된 전국적인 범죄 단속에서 이 같은 방법으로 1만여명이나 처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중국 정부는 대국민 위협용으로 공개 처형을 진행하면서도 앞으로 관계를 끊을 수 없는 서방 국가들을 의식, 대학생들에 대한 잔인한 탄압 인상은 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등은 이번 사태가 마무리된 후에도 자신의 위업인 경제 개혁을계속해야 한다는 의지아래 냉정한 계산을 하고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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