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표류 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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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파업과 폐업의 갈림길에서 진통을 거듭해온 대우조선 노사분규는 노사양측이 『파국은 피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22일 잠정합의에 도달했으나 대의원 대회가 이를 거부, 난파위기를 맞게됐다.
노사양측은 국민과 정부의 따가운 시선속에서 25일간 명분과 실리를 놓고 끈질긴 줄다리기를 거듭하다 막판에 노조는 실리, 회사는 명분을 찾는 반보씩 양보로 타결점을 찾았다.
막판협상에서 화사측은 정부지원방안의 전체조건인 올임금동결을 관철하기위해 안간힘을 썼고 노조측은 전체 노동운동의 위상을 위해 단 1만원의 인상분이라도 올해에 지급받겠다는 지루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는 89년도 임금인상분 지급시기를 놓고 회사측은 90년 1월1일로, 노조측은 89년12월31일로 단 하루차이에서 다툰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노조측은 결국 야당국회의원과 당국의 중재및 여론향방에 따라 내년 1월에 지급되는 올 임금인상분을 높이는 선으로 약간 물러서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내용에서 임금인상액과 지급시기·상여금등 주요쟁점이 회사측 최종안을 상당부분 수용하고 있어 노조의 일보후퇴를 엿보게한다.
「정부지원=임금동결」의 회사측 논리나 폐업방침을 노조와해공작으로 규정하고 밀어붙이던 노조측이 『더 이상 양보할 운신의 폭이 없다』는 회사측 주장을 말의 유희가 아니라 실제상황으로 느낀 것은 19일 협상때부터였다.
노조내에서는 이때부터 상당한 실리를 얻은 이상 명분만 있으면 후퇴할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또 야당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중재단이 ▲국민여론이 노조측에 불리한데다 ▲정부가 분규악화의 시범케이스로 대우조선을 택할 가능성이 적지않고 ▲때로는 전술적 후퇴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설득한다.
노조측을 움직인 또다른 변수는 노조 자체내에서 찾을수 있다.
노조원 2명이 「노조탄압중지」를 외치며 분신자살한 극한 상황에서 진행된 7일의 전체노조원 파업찬반투표에서도 찬성률이 57%에 머무르는등 파업강행때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상황도 있었다.
큰 불은 꼈으나 대우조선이 앞으로 넘어야할 난제들은 산적해 있다.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지만 23일의 조합원투표가 1차 걸림돌이며 해고자 복직문제와 「무노동무임금」원칙 문제가 불씨로 되살아날 수도 있다. 또한 분규과정에서 사무관리직의 집단사표로 상징되는 노사간 불신의 골이 남아있어 회사정상화와 생산성향상을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
정식파업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20여일의 실질적 조업중단으로 1백여억원의 생산 차질이 초래된만큼 노사양측은 생산성향상으로 그동안의 국민적 걱정에 보답해야할 시점이다.
대우조선의 실질적 정상화는 이제부터가 더 큰 문제라고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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