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 대통령 남북경협 기조에 외교안보 일제히 ‘중재역’ 자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기자협회]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기자협회]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강경화 외교, 조명균 통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이 일제히 ‘포스트 하노이’ 대책을 내놨다. 결렬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 한·미 협의 또는 남북관계 개선을 내세우며 모두 중재역을 자청했다.

남북미 1.5트랙 대화, 개성공단·금강산 한·미 협의 등 #중재역 필요성 인정…지나치면 엇박자 우려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통화.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통화. [연합뉴스]

강 외교장관은 지난 1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이뤄진 남·북·미 회동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미 1.5트랙’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북·미 간 실질적 중재안을 마련하고 대화 재개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겠다”면서다. 강 장관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사이 핵심 쟁점은 ‘영변+α 대 제재 해제’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앞으로 북·미 간 협상이 재개될 때 이 내용이 핵심 관건이고 향후 협상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5일 미국으로 보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등과 협의에 나선다. 이 본부장은 NSC 회의에서 나온 보고 내용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전망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송영길 동북아평화협력 특별위원장. 변선구 기자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송영길 동북아평화협력 특별위원장. 변선구 기자

조 통일장관은 “제재의 틀 안에서 (판문점, 9·19) 공동선언의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방안과 관련 대미 협의를 준비하겠다”고 보고했다. 정 국방장관은 “한미 사이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는 동시에, 북한과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9·19 군사합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며 “3월 중 남북군사회담을 개최해 올해 안에 계획된 9.19 군사합의에 대한 실질적 이행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2019년도 제1차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 맨 앞이 정경두 국방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2019년도 제1차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 맨 앞이 정경두 국방장관. [연합뉴스]

이날 외교·안보 부처가 마련한 대책은 문 대통령이 그간 강조한 중재 외교, 특히 남북협력 기조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달라”며 “특히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된 남북협력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지난달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와 “‘신한반도체제’ 주도적 준비”(지난달 25일 수석보좌관회의, 3·1절 축사) 등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국제사회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협력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필요성을 인정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한국이 북·미간 교착 국면 접점을 찾고 대화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미가 비핵화 수준에서 이견을 보여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상황에서 각 부처 대책이 현실성이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중재에 나서다가 자칫하면 엇박자로 비칠 수도 있어서다. 특히 개성공단 및 금강산 재개 방안은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 어느 때보다 완강한 미 행정부 상황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조태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한국이 미국과의 공조 궤도를 이탈해 ‘마이 웨이’로 가겠다는 신호로 잘못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며 “이미 한·미 간의 입장차가 생긴 상황에서 조바심을 내면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수진·백민정·이근평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