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30·40 지지층 떠난다···"인질범 한유총" 거칠어진 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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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가운데)이 3일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서 교육부의 전향적 입장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가운데)이 3일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서 교육부의 전향적 입장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 총연합회(한유총)와 여권의 충돌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치원 3법 등에 반대하며 개학연기를 선언했던 한유총은 3일엔 “폐원 투쟁을 검토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권은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대책회의에서 “즉각 시정 명령을 내리고 불응 시 형사고발 하겠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날은 민주당이 한유총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국회 교육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유총은 집단행동을 즉각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유치원 3법 처리를 주도하고 있는 박용진 의원은 “한유총의 주장은 대국민 협박행위로, 국민과 대한민국 교육체계에 대한 도전이다. 한유총의 반사회적 반교육적 태도에 대해 국민과 교육 당국이 단호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위 소속인 신경민 의원도 “쿠데타이자 인질범의 행태를 보이는데, 저잣거리에서도 이런 행태는 통하지 않는다. 시대착오적이고 이기적인 한유총 지휘부를 따르는 회원들이 더는 속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유치원ㆍ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특별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한유총은 불법적인 개학 연기를 철회하고 유아 학습권을 보장하라. 정부는 무관용 원칙으로 의법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유총의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선언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승래, 신경민, 박용진, 서영교 의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유총의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선언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승래, 신경민, 박용진, 서영교 의원. [뉴스1]

여권이 ‘쿠데타’, ‘무관용 원칙’ 등의 용어를 써가며 강공 드라이브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유치원 이슈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유치원이 문을 안 열면 당장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이 생긴다. 정부는 긴급 돌봄 서비스를 운영해 혼란을 최소화하겠다지만 전체 수요를 충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 학부모들이 당장이야 한유총을 비난하겠지만, 자칫 사태가 장기화하면 정부에게도 불만이 쏟아질 개연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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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들의 부모세대인 30~40대는 여권의 핵심 지지층이다.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9%(2월 26~28일, 성인 남녀 1002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6%)였지만, 30대(59%)와 40대(56%)는 평균을 웃돌며 지지율을 견인했다. 만약 유치원 이슈가 장기화하고 이들이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하면 여권 입장에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여권이 사태 조기 해결을 위해 총력전을 펴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유치원 대란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논평을 내놨다. 교육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유치원법 개정안을 법안 처리에 1년 가량 걸리는 패스트 트랙으로 묶어버렸다. 교육부기 시행령 개정으로 국회 논의를 무력화시킨 결과”라며 정부와 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북과 북ㆍ미도 만나는데, 여권은 한유총과는 대화 시도 자체를 안 한다. 여ㆍ야ㆍ정과 이해당사자,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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