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MWC]안경 없는 3D TV, 돌돌 말리는 투명 키보드…MWC를 달군 이색 아이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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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없이 대형 스크린으로 3차원(D) TV를 보는 게 가능할까. 키보드를 종이처럼 돌돌 말 수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해리포터’에나 등장할 법한 상상 속 기술이 현실이 됐다. 25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에선 신기술에 대한 시연이 잇따랐다.

안경 없이 3D TV 기술 구현한 화웨이     

 우선 규모에서부터 관람객들을 압도한 건 화웨이 전시관이었다. 화웨이는 총 5개의 전시관을 꾸린 가운데 1관에 초청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특별초청전시관’을 꾸렸다. 이 전시관은 1관 전체 면적 9000㎡의 절반이 넘는 4500㎡ 규모로 조성돼 ‘대륙의 스케일’을 보여줬다. 이 곳에서 눈길을 끈 것은 화웨이의 공동혁신센터인 ‘X랩’에서 개발한 3D TV였다.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함께 공동으로 개발한 55인치 정도 크기의 TV는 특수 3D 안경 없이도 생생한 3D 화면을 보여준다. 카메라 테두리(베젤)에 설치된 2개의 카메라 모듈이 사용자의 눈동자 위치를 자동으로 인식해 최적의 3D 영상을 제공한다. 실제 체험해 본 결과 검은 테두리 너머 공간에서 로봇이 걸어나오고 자동차가 전복되며, 총알과 유리 파편이 날아오는 장면이 3차원으로 생생하게 보였다. 안경이 없어 어지럼증이 없고 파편을 피하기 위해 몸을 움직여도 3D 화면이 일렁임없이 깨끗하게 나타났다.

MWC 최대 히트작 떠오른 MS 홀로렌즈   

기자가 직접 MS의 '홀로렌즈2'를 착용하고 화면 속의 스크린을 터치하고있는 모습. 몇가지 정해진 동작으로만 작동 가능했던 전작과는 달리 사용자의 직관대로 조작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앞으로 고개가 쏠릴 듯이 무겁고, 시야각이 좁았던 전작의 단점이 크게 개선됐다. 김경진 기자

기자가 직접 MS의 '홀로렌즈2'를 착용하고 화면 속의 스크린을 터치하고있는 모습. 몇가지 정해진 동작으로만 작동 가능했던 전작과는 달리 사용자의 직관대로 조작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앞으로 고개가 쏠릴 듯이 무겁고, 시야각이 좁았던 전작의 단점이 크게 개선됐다. 김경진 기자

이번 MWC에서 관람객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끈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혼합현실(MR) 안경인 ‘홀로렌즈2’였다. MS는 개막 전날인 24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에서 신제품인 홀로렌즈2를 공개했다. 본격적으로 전시회가 열린 25일은 개막 시작 시간부터 관람객들이 1시간 이상씩 줄을 서서 홀로렌즈 체험을 기다렸다. 2016년에 제작된 홀로렌즈와 번갈아 착용해 본 결과, 신제품은 훨씬 가벼워졌고 시야가 배 정도로 넓어진 데다 눈에 보이는 3차원 화면의 화질이 선명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무게가 앞으로 쏠려 5분도 쓰고 있기 힘든 전작과는 달리 10여분 넘게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불편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웠다. 가장 큰 진전은 조작 방식이다. 정해진 동작만을 인식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홀로렌즈2는 직관적인 움직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조작이 가능하다. 실제 건설 현장용 홀로그램의 경우 현실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건물을 들여다보고 화면을 양쪽으로 펼쳐 벽면 등 재질을 확대해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종잇장처럼 얇은 디스플레이의 향연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의 타이틀을 거머쥔 중국 로욜의 전시관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향연’이었다. 경기를 응원할 때 입을 수 있도록 축구 장면이나 응원 장면이 나오는 디스플레이가 달린 모자와 옷, 바람에 날리는 디스플레이 화면 등이 전시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필름형 키보드였다. 돌돌 말리는 필름형 재질로 된 얇고 투명한 키보드는 자판을 누르면 블루투스로 연결된 모니터에 글씨가 나타났다.

◇관심을 끈 한국 스타트업=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7전시관에 마련된 국내 스타트업 토룩이 선보인 리쿠(LiKU)는 해외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소셜 로봇인 리큐는 인간이 시키는 것을 단순히 따라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 안면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사람과 교감하고,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며, 두 발로 걷고 춤추는 것이 가능하다. 상반기 전 출시될 예정으로 가격은 250만원 정도다.
스마트 헬스케어 기업인 옴니씨앤에스가 선보인 ‘옴니핏 브레인’도 외국인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관람객들은 헤드셋을 쓰고 뇌파와 맥파 측정을 통해 스트레스 지수, 우울증, 집중력, 자율신경 건강도 등을 알 수 있다. 이 회사는 단순히 스트레스 지수나 우울증 지수 등만 측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음악 감상ㆍ명상ㆍ가상현실(VR) 등을 통해 뇌 상태에 맞는 해결책도 함께 제공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건강증진센터와 남양주 치매안심센터 등 정부나 지자체에 납품되고 있다.

4년뒤 MWC 기대주 모은 특별관도    

이들처럼 본 전시관은 아니지만 향후 본 전시관에서 전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잠재력이 뛰어난 스타트업이 전시된 공간도 있었다. ‘4Y4N(4 year from Now)’는 지금부터 4년 뒤 MWC에 갈만한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한 박람회다. MWC와 같은 기간에 피라 바르셀로나 몬주익 전시장에서 열린다. SK텔레콤은 ‘SK텔레콤과 함께하는 소셜 임팩트’를 주제로 단독 부스를 마련해 6개 혁신 스타트업과 함께 ICT 기술을 활용한 사회적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레드커넥트’는 지난해 SK텔레콤 신입 사원 3명이 사내경진대회에 출품한 ‘차세대 헌혈 서비스’를 사업화했다. 대한적십자사와 협업해 헌혈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헌혈자가 앱을 통해 지속적이고 종합적인 건강 정보를 얻도록 함으로써 자발적인 헌혈을 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수퍼빈’은 인공지능과 IoT,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페트병과 캔 등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선별하는 로봇 제조사다. 바나나나 코팅 종이 등 분리수거가 불가능한 제품을 넣으면 재활용 할 수 없는 물건이라는 안내가 뜬다. 단독주택이나 빌라 등 분리수거가 잘 이뤄지지 않는 전국 36곳에 시범 설치해 분리수거 가능한 물건을 회수하고 이에대한 포인트를 지급한다. ‘에이티랩’은 시각 장애인이 주로 사용하는 버튼식 피처폰에서 동작하는 스크린리더 솔루션을 개발했다. 단축키를 활용해 쉽게 웹사이트를 접속하거나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다. 스크린에 있는 글자를 해당 국가의 언어로 읽어준다.
바르셀로나(스페인)=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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