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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차 산업혁명, 정말로 한국보다 강한가?

중앙일보

입력

택시가 파업을 했다. 카카오의 카풀서비스에 반대하기 위한 집단 행동이다. 길은 막혔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중국인 친구 예(葉)선생은 '흥미롭다'고 했다. 택시가 파업을 한다는 것도 그렇지만, 공유 택시를 반대하고 나섰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당연해 보인다. '디디추싱'이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부르고, 고급차를 부르는 게 일반화된 중국이니까 말이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요즘 중국에 가보신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길에서 손을 들어 택시를 잡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분명 택시 잡는 사람은 없는데, 빈차가 없다. 모두 '디디추싱'이라는 어플로 불러 타기 때문이다. 그 어플이 없으면 중국에서는 택시도 못탈 판이다. 좋아졌다. 돈을 조금 더 내 고급 자동차(专车)서비스를 받으면 '사장님' 대접도 받을 수 있다. 깨끗한 차, 말끔한 차림의 젊은 기사가 승객을 '사장님'으로 모신다. 한국의 택시와는 비교가 안된다.

많은이들이 거리 택시를 예를 들어 "중국이 이미 4차산업혁명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한다. 물론 "택시 하나로 어찌 산업 수준을 얘기할 수 있느냐?"라는 반론도 있다. 한국 택시 산업의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지금 디디추싱에 추적된 데이터가 위챗 등 새로운 어플과 결합되면서 또 다른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는 걸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던지는 질문이다.

중국은 정말 우리보다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것인가?

[출처 차이나랩]

[출처 차이나랩]

좀 지난 얘기지만, 11월 11일 ‘솽스이(雙十一)’얘기를 해보자. 알리바바가 주관하는 쇼핑 파티의 날이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알리바바는 11월 11일 또다시 폭발적인 주문으로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하루 총거래액 2135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34조 8,000억 원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아마존 프라임데이를 합친 것보다 3배 이상 큰 규모다. 가히 ‘혁명’이라고 부를 만하다. ‘제조업 대국’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관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이날 주문으로 발생한 배송 건수는 10억건이 넘었다. 10억 건의 소포 꾸러미가 하루 사이에 모두 배달됐다. 아무런 사고 없이 말이다. 그 넓은 중국 땅에서, 하루 10억 건의 배송을 어떻게 뚝딱 배달할 수 있었을까? 신기한 일이다.

빅데이터가 답이다.  

알리바바는 대략 알고 있다. 11월 11일 특정 지역의 소비자들은 어떤 종류의 상품을 어느 정도 사는 지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 그들은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추적하고, 축적해 빅데이터로 쌓아둔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알리바바의 빅데이터는 11월 11일 난징(南京)에서 하늘 색 폴라 티 몇 장이 팔릴 지를 안다. 컴퓨터가 지난 해 판매량, 그동안 지난 1년 동안의 난징 소비 패턴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답을 내놓는다. 알리바는 그 답에 따라 난징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쑤저우(蘇州)재고창고에 하늘 색 폴라 티를 가져다 놓으면 된다. 그렇게 11월 11일 제품은 중국 전역에 퍼져있는 재고창고로 미리 입고되고, 주문과 함께 24시간 내 배송은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출처 차이나랩]

[출처 차이나랩]

위 사진을 보자.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징둥의 빅데이터 센터다. 여기에 들어가면 특정 지역에서 지금 어떤 상품이 팔리고 있는지를 일목 요연하게 보여준다. 물론 실시간이다. 이 데이터가 축적되면 빅데이터가 되고, AI(인공지능)기술을 만든다. AI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다. 중국은 그렇게 제4차산업혁명의 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AI 관련 논문의 경우 2017년 세계 발표건수는 약 1만 4,460편이었다. 이중 5,050편이 ‘중국 제품’이었다. 2등은 2,097건을 기록한 미국으로 중국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우리는 427편으로 13위에 그쳤다. 스페인(765편)이나 이란(670편) 등에도 뒤지는 수준이다. 물론 논문 수가 많다고 꼭 산업경쟁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다만 잠재력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쯤에서 진지하게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중국이 4차산업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말이 맞는거 아냐?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제조업 시대에는 분업과 협업이 가능했다. 중국은 임가공 완제품을 만들고, 한국은 고부가 중간재를 만드는 식이다. 중국의 수출이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하면, 한국의 대 중국 수출도 늘어났고 중국 성장의 혜택을 함께 누렸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의 영역은 그렇지 않다. 선발자가 독식하는 구조다. 선발자와 후발자가 협력할 공간도, 이유도 없다. 그나마 제조업 시대에는 한국이 기술을 선도할 수 있었기에 ‘우세적’ 분업이 가능했다.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는 우리가 앞서면 다 먹는것이요, 뒤지면 말 그대로 ‘국물’도 없다. 한 번 뒤지면 뒤엎기도 힘들다. 선발자가 만들어 놓은 표준을 따라가야 할 처지로 전락할 뿐이다.

제4차 산업혁명 분야도 그렇고, 차세대 5G통신도 그렇고 모두 표준과 관련된 것이다. 먼저 치고 나가는 나라, 기업이 표준을 이끌게 된다. 빅데이터, AI, IoT, 5G… 제조의 시대는 후발자였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선발자(First Mover)가 되겠다는 게 중국의 포부다. 미국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일으키며 중국을 몰아세우는 뒷면에는 이 표준전쟁이 있다. ‘더 이상 나뒀다가는 중국에 밟힐 것’이라는 위기감이다.

[출처 중앙포토]

[출처 중앙포토]

우리가 규제의 함정에 허덕일 때, 우리 경제가 정치 프레임의 틀에 갇혀 있을 때 중국은 국가와 기업이 똘똘 뭉쳐 제4차 산업혁명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 중국의 후발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 경쟁에서 뒤질 때 우리는 자칫 중국에 자존심을 지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마포대교를 채운 택시를 보면 다시 드는 생각이다.

기술 우위 없는 한중관계는 공허하고, 위험할 뿐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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